[허구연의가정법야구] IF,‘바람탄대포두방’없었다면…

2009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SK와이번스 대 두산베어스 경기가 7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두산 고영민(사진왼쪽) 이 우월 솔로 홈런을 날렸고, 2회초 무사 두산 최준석이 솔로 홈런을 때렸다. 문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두산1,2회행운의홈런‘신바람’

두산이 1차전을 이기면서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두산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고도 SK에 뒤집기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지만, 7차전 승부와 5차전 시리즈는 다르기에 두산쪽으로선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승리였다.

SK는 비록 패했지만 불펜진에서의 질과 양에서 두산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했다. 5차전까지 간다면 SK에게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바람 탄 두산

1회 고영민의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홈런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밀어친 것이었는데 예상보다 쭉 뻗어나갔다. 2회 선두타자 최준석의 1점 홈런 역시 펜스 앞 정도에서 쉽게 잡힐 수 있는 타구였다.

두 선수의 홈런은 홈플레이트에서 우측 외야쪽으로 불었던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는데 두산으로선 행운이었고, SK로선 불운이었다. SK가 분석 야구에 강한데 게임 초반 글로버-정상호 배터리가 몸쪽 낮은 승부 대신 바깥쪽 높은 볼을 주로 던진 게 결국 패착이 됐다.

○2회말 두산의 보이지 않는 실책

3점을 먼저 뽑은 두산은 2회 평소와 달리 내야 수비 불안에 불운까지 겹쳤다. 1사 후 최정의 땅볼 타구 때 방망이가 부러지며 3루수 김동주 정면으로 흘렀고, 그가 피하는 사이 대신 볼을 잡은 손시헌의 송구는 1루수 이원석이 발을 베이스에서 떼고 잡아야할 만큼 비켜났다.

계속된 2사 1루서 김강민의 땅볼 타구가 바운드가 불규칙하게 되면서 좌전안타로 이어졌고, 결국 실점의 빌미가 됐다. 두산으로선 불운 중에서도 다행히(?) 1점으로 막았지만 이 점수가 끝까지 목덜미를 겨누게 됐다.

○4번 이재원 카드의 명암

SK 김성근 감독은 상대 좌완 금민철 대항마로 4번에 이재원을 깜짝 기용했는데 이는 타격에선 100%% 성공했다. 한가지 SK로서 아쉬웠던 건 3회 공격 때다. 2사 1루에서 박정권의 우중간 2루타가 터졌을 때 우익수 정수빈은 순간적으로 앞으로 대시했다가 뒤로 다시 볼을 쫓았다.

1루 주자 이재원 발이 빨랐다면 충분히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잠실구장이었다면 더 가능했을 테지만, 상대적으로 좁은 문학구장이었고 이재원의 발이 느리다는 게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

○마지막 박재홍의 병살타

두산 마무리 이용찬은 신인급 투수. SK 박재홍은 9회 1사 1루, 동점 내지 역전이 가능한 찬스에서 맥없이 2루 병살타로 물러났다. 볼 카운트 0-1에서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1루 주자 조동화가 발이 빠르고, 상대가 이용찬이었음을 생각하면 SK로선 박재홍의 병살타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가 팀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숱한 경험 등을 감안하면 더 뼈아팠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