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스타플러스]결혼도미룬고집…담장을넘겼다

입력 2009-10-0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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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SK와이번스 대 두산베어스 경기가 7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두산 고영민이 우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문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결승솔로포/두산고영민…“올해SK꼭이긴다”결혼식내년으로-몸살걸린몸으로홈런·도루맹활약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두산 김경문 감독은 고영민을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고영민이 공수주에서 해야 할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기대치를 알 수 있었다.

감독의 바람대로 고영민이 해냈다. 1회 1사후 터진 고영민의 1점 홈런은 첫타자 이종욱을 삼진으로 잡고 기세등등했던 SK 선발 글로버를 흔들어 놓았다.

김현수와 김동주가 무안타에 그친 것을 감안할 때 고영민의 홈런이 없었다면 글로버는 좀더 여유 있는 피칭을 했을 테고 이젠 에이스로 불러도 될 만한 두산 선발 금민철은 다소 고전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이날 고영민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사흘 전부터 심한 감기몸살에 걸려 주사를 맞고 출전했지만 머리가 아프고 호흡이 힘든 상태였다.

그러나 경기에 임하는 고영민은 아픈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공수에서 집중력을 보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의 아픔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 0-2로 뒤진 5차전 9회말 무사만루에서 투수땅볼을 때렸고 뒤이어 김현수가 병살타를 기록하며 우승을 SK에게 내줬다.

21타수 1안타에 그친 김현수에 묻혔지만 17타수 2안타로 역시 너무나 부진했던 아픔을 일년 내내 잊지 않았다고 한다. 포스트시즌에서 SK를 이기는 게 2009년 고영민의 커다란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고영민은 두산 타자 가운데 유일하게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연속안타를 쳐냈고 4경기 연속득점에 성공하며 고영민다운 야구를 하고 있다. 특히 1차전 결승홈런은 ‘고영민의 귀환’이 성공적이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고영민은 4할에 가까운 출루율을 보이면서도 삼진이 많은 선수다. 스윙이 남들보다 커 좀 더 간결한 스윙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삼진이 많더라도 타석에서 자신감 있는 스윙을 하고 장타력을 살리기로 김광림 코치와 가닥을 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기고 싶었던 SK전에서 의미있는 결승홈런을 쳤다. “올 시즌 마치고 결혼하려고 했는데 내년으로 연기했습니다. 올해 SK 이기고 내년에 야구 좀 더 잘한 다음에 해야겠어요.”

발목부상과 함께 어느 순간부터 타석에서 자신감 없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힘들었다는 고영민. 그가 살아나고 있다. 고영민의 부활은 공수주에서 그리고 팀 분위기면에서 두산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것이다.
○두산 고영민=(감기가 심한 듯 코를 훌쩍이며) 시즌 때 팀에 많이 도움이 못 돼서 나 자신이 자극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이 PO 키플레이어로 꼽으신 건) 시즌 때 못했던 걸 포스트시즌 때 잘 해보라는 뜻이신 것 같다.

홈런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홈런을 노렸냐는 질문에 쑥스럽게 웃으며) 그렇진 않았다.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컨디션이 안 좋아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집중한 것 같다. SK란 팀은 작은 실수에도 승패가 갈릴 수 있는 상대고, 오늘은 PO 1차전이기 때문에 꼭 승리하려고 많이 집중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이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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