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선수들에정직하게대해”히딩크심리전과차별
2006년 독일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을 지휘했던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자서전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를 통해 한국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고 정신력만 투철하다면 세계 정상권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드보카트는 9개월 정도 한국에 머물렀지만, 그만의 독특한 철학과 지도 방식은 국내 지도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줬다.

특히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하는 지도력은 탁월했다. 당시 아드보카트를 보좌했던 홍명보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정확한 진단과 명쾌한 처방을 내리는 감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 때문일까. 홍 감독은 자신의 롤 모델로 히딩크가 아니라 아드보카트를 지목했다. 2002년을 들끓게 했던 히딩크 보다 아드보카트를 진정한 스승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홍 감독은 8일 이집트에서 한국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드보카트로부터 팀 운영은 물론 선수들과의 관계 설정 방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선수 시절 사령탑으로 모셨던 히딩크에게서 체력훈련의 중요성을 배웠고, 핌 베어벡 감독으로부터 훈련법과 업무 분담 방식을 익혔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은 둘 다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이라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조하며 성공을 거둔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짧은 기간 성과를 내지 못해 히딩크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히딩크 감독 시절에는 내가 선수였기 때문에 그가 팀을 운영하는 모든 걸 볼 수 없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 때는 내 눈과 귀, 머릿속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통해 아드보카트 감독으로부터 배웠다. 훈련을 지휘하는 방식과 선수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등 일거수 일투족을 메모했고, 그건 지금도 나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는 선수들을 정직하게 대한다. 심리적으로 선수들에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걸 싫어한다”며 심리전에 능한 히딩크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2007년 아시안컵 때 감독으로 모셨던 베어벡에 대해 “그로부터 체계적인 훈련법을 배웠다. 시간과 싸움에서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선수들을 지도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올림픽 때 사령탑을 맡았던 박성화 감독에 대해서는 “A대표팀이 아닌 청소년 선수들이었고 한국인 감독이기 때문에 외국 감독들에게서 배우지 못한 다른 부분을 보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