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공신] SK 2연승뒤엔채병용부상투혼

입력 2009-10-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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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용.스포츠동아DB

“과연 인간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어요.”

SK 주장 김재현(34)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며칠 전 불펜 투구. 팔꿈치 인대 손상에 시달리던 채병용(27·사진)의 공에는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역시, 안 되는구나.’ 지켜보는 캡틴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채병용은 7월 일본에서 검진을 받았지만, ‘수술 불가피’ 판정을 받았다. 몸에 칼을 대는 순간 올 시즌은 끝. 2010년 군 입대를 앞둔 채병용은 마지막으로 팀에 공헌을 한 뒤 ‘머리를 깎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10일 플레이오프(PO) 3차전. 채병용(27)은 5.1이닝 1실점으로 역투해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했다. 최고구속은 부상 이전 수준인 시속 144km.

“통증이 심했을 텐데…. 마치 스포츠영화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이 감정의 결을 전하고 싶었던 김재현은 11일 PO 4차전을 앞두고, 후배들을 불러 모았다. “저렇게 안 좋은 상태에서도 (채)병용이는 잠재적 능력을 발휘했다. 우리도 한 번 해보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기나 긴 어깨 부상의 터널을 지난 온 이승호(28)는 “나도 아파봐서 아는데 수술할 정도 선수가 그렇게 던지는 걸 보고 다들 놀랐다”면서 “투수들이 이심전심으로 채병용 투혼을 본받아 던지자고 마음먹고 있다”고 전했다.

긴장감 때문에 완벽한 몸 상태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든 포스트시즌. 이승호는 “페넌트레이스 때는 2∼3이닝을 던져도 괜찮았는데 PO 첫 경기에서는 2타자만 상대하고도 어깨가 뭉쳤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채병용은 가을만 되면 더 강해진다. PO직전. “2007,2008 한국시리즈에서 잘 던졌다”고 하자, “2003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승리한 것은 왜 빼먹느냐”며 너스레를 떨던 채병용. 김재현은 “걔는 배포가 좋아서 그렇다”며 웃었다.

SK가 초반2패로 몰렸던 2007한국시리즈. SK는 3차전 벤치클리어링을 선수단 결집의 기회로 삼은 뒤, 4차전 김광현(21)의 깜짝 호투로 시리즈 흐름을 뒤바꿔놓았다. 이번에는 채병용의 부상투혼이 2패 뒤 대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그 여부는 13일 문학구장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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