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정수빈,아픈만큼더자란다”

입력 2009-10-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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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스포츠동아DB

3차전 실책 불구 2번타자 ‘전진배치’
김경문식 조련…“좋은 경험 됐을 것”


# 1-1,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되던 3차전 연장 10회. 두산의 고졸 루키 정수빈은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1사 2루, SK 박재상의 뜬공은 조명의 불빛 속으로 빠져 들어갔고, 볼을 놓친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결국 볼은 뒤로 빠졌고 ‘기록되지 않은 실책’으로 3루타가 되면서 게임은 거기서 끝이 났습니다.

#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둔 김경문 감독은 1차전부터 중용한 정수빈에 대해 “러키 가이가 돼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센스도 있고, 신인답지 않게 싸움닭 기질도 갖췄습니다. 무엇보다 발이 빨라 김 감독 스타일에 딱 맞는 선수지요.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란 김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고, 정수빈은 2차전 승리의 숨은 영웅이었습니다.

# 1990년생, 그는 열아홉 살 입니다. 4차전을 앞두고 “속이 상했지만 잠은 잘 잤다”는 그의 말은 어쩌면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코멘트였을지 모릅니다. 자칫 잘못하면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결정적 실수. 그의 선배인 임재철은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어쩔 수 없는 볼”이라며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했지만 상처는 상처니까요. 쉽게 잊혀지지 않을….

# 솔직히 궁금했습니다. 김 감독이 4차전에 그를 선발로 쓸지 아닐지가요. 페넌트레이스도 아니고, 의외의 변수 하나가 운명을 가를 수 있는 단기전 승부. 한번 움츠리면 더욱 움츠리게 되는 것이 사람 심리죠. 더구나 정수빈은 열아홉 살 입니다. 또 민병헌이라는 대체카드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역시 김 감독이었습니다. 김 감독은 선발 명단에서 빼기는 커녕, 정수빈의 타순을 앞당겨 2번에 배치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인데, 큰 경기에 나와서 더 아플 뿐”이라며 “시련을 이겨내기 바란다”는 게 그의 말이었습니다. 김 감독 스타일을 또 한번 확인했습니다. 김 감독은 평소에도 그런답니다. 맞으면서 크는 법이라고요. 그리고 이겨내야 더 큰다고요. 3차전을 내주고 김 감독은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지만 이렇게 위안을 삼았을 겁니다. ‘수빈이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잠실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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