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대신소총”…빅초이굿초이스!

입력 2009-10-1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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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6회말 1사 2,3루때 KIA 최희섭이 적시타를 치고 있다. 광주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최희섭거포본능누르고간결한스윙무장KS 2차전찬스마다히트…KIA 2연승견인
한국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KIA 최희섭(30)은 “오랫동안 실전을 하지 못해 감이 떨어져있어 걱정”이라고 하면서도 “어서 빨리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홈런을 치는 것보다 볼넷이라도 걸어 나가고, 팀이 이기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실전 감각’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러나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란 그의 각오는 그대로 성적으로 이어졌다.

‘대포’에서 ‘소총’으로 탈바꿈한 최희섭의 변신이 KIA의 한국시리즈 초반 2연승이란 알찬 열매를 맺었다. 최희섭은 17일 2차전 4회 2사 1루에서 송은범을 상대로 좌익수 왼쪽으로 흐르는 2루타를 날려 1루주자 김원섭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결승점을 뽑았다. 이어진 6회 1사 2·3루에서 좌완 고효준을 상대로 날카로운 중전안타로 3루주자 이용규의 득점을 이끌어냈다. KIA의 2득점을 홀로 해결했고 결국 KIA는 2-1, 1점차 소중한 승리를 챙겼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무리하게 큰 스윙을 하지 않고 갖다 맞히는 정확한 배팅을 추구한 게 절대적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 최희섭은 ‘홈런으로 말해야 하는 타자’지만 한국시리즈 들어 짧게 끊어 치면서, 특히 의식적으로 밀어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1차전에선 비록 안타 생산은 하지 못했지만 두 차례 볼넷을 골라 두 번 모두 득점에 성공하며 팀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

방망이 뿐만 아니다. 수비와 주루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과시, 그야말로 공수주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3 동점이던 1차전 8회 공격 때 볼넷으로 출루한뒤 후속 김상현의 우전 안타를 틈 타 쏜살같이 3루까지 내달린 건 상대 수비진의 허점을 파고든 과감한 주루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한 베이스 더 간 최희섭의 고급 발야구에 상대인 SK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후 이종범의 위장스퀴즈 번트가 성공했고, KIA는 역전 첫승의 기쁨을 맛봤다. 2차전 8회에는 1사 후 정근우의 2루타성 직선타구를 큰 키(196cm)를 이용, 그야말로 날 듯이 껑충 뛰어올라 순간적으로 잡아내는 명품 수비까지 자랑했다. 공수주에서 놀랍게 변신한 최희섭, 그가 있어 KIA의 앞날이 더 밝게 느껴진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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