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09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에티오피아의 예마인 티스게이가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경주 | 이훈구 동아일보기자 ufo@donga.com

동아일보 2009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에티오피아의 예마인 티스게이가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경주 | 이훈구 동아일보기자 ufo@donga.com


2시간8분52초우승…52초경신“바람강했는데무척놀라운기록”
예마인 티스게이(24·에티오피아)가 동아일보 2009 경주국제마라톤대회(주최 경상북도 경주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사)에서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티스게이는 18일 경주 황성공원 시민운동장을 출발해 시내를 순환해 돌아오는 42.195km 풀코스 레이스에서 29km 지점부터 단독 질주해 2시간8분52초로 정상에 올랐다. 2007년 케냐의 에드윈 코멘이 세운 대회 최고 기록 2시간9분44초를 52초 경신했다.

바람이 문제였다. 유문종 대한육상경기연맹 시설위원회 부회장은 “경주 마라톤 코스는 표고차가 거의 없어 날씨만 좋다면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출발 지점에서 초속 3.1m, 반환점을 돌 때는 초속 4.2m의 서남풍이 불어 마라토너들이 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티스게이는 “코스는 좋았는데 바람이 너무 셌다. 2시간 6분대를 목표로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황규훈 건국대 감독은 “바람이 이렇게 부는 상황에서 2시간 8분대를 뛴 것도 대단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티스게이는 페이스메이커들이 빠지는 30km를 1km 앞두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위 아브라함 테데세(에리트레아·2시간11분11초)와 3위 테스파야 에티차(에티오피아·2시간12분2초)가 뒤를 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티스게이는 32km 지점에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한 뒤 도로에서 박수를 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여유까지 보이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국내 엘리트 남자부에서는 박주영(29·한국전력)이 2시간18분57초로 오세정(24·국민체육진흥공단·2시간22분7초)을 제치고 우승했다. 여자부는 김영진(26·성남시청)이 2시간46분42초로 유일하게 완주하며 정상에 올랐다. 지도자상은 최경렬 한국전력, 이강국 성남시청 감독이 받았다.

1만여 마스터스 참가자들은 강한 바람 속에서도 ‘천년 고도’ 경주의 가을을 느끼며 마라톤 축제를 즐겼다.
▼ 국내 엘리트 우승자

□ 남자부 박주영
“내년에는 더 좋은 기록으로 우승하겠습니다.”

국내 엘리트 남자부 우승자 박주영(29·한국전력·사진)의 이번 대회 기록은 2시간18분57초. 거센 바람 때문에 자신의 최고 기록(2시간14분7초)보다 4분 이상 늦은 것을 아쉬워했다.

박주영은 전남 신안군 도초서초교 6학년 때 육상에 입문했다. 목포 덕이중과 목포기계공고, 한국체대를 거치면서 마라토너로 성장했다. 2003년 가을에 최고 기록을 세운 뒤 주춤했지만 국군체육부대 제대 후 2007년 한국전력에 입단해 재도약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김재룡 현 코치와 백승도, 장기식, 유영훈 등 국내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했던 팀. 최근 김쌍수 사장과 임대환 단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마라톤 명가 재건에 나섰다. 고교 랭킹 상위권을 다투는 이헌강(설악고), 조수현(대구체고), 김재훈(부산체고) 등을 영입했고 내년에는 랭킹 1위 신현수(충북체고)를 스카우트하는 등 마라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박주영은 “좋은 후배들과 함께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몸이 전성기 때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최경렬 감독은 “박주영은 2시간10분대 이상을 뛸 자질을 갖췄다.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 여자부 김영진
국내 엘리트 여자부에서 2시간46분42초로 정상에 오른 김영진(26·성남시청·사진)은 이번이 풀코스 첫 도전이다. 충북체고를 졸업하고 충주시청에 입단해 마라톤을 준비하던 2003년 고관절 부상을 당해 장거리를 잠시 중단했다. 인천전문대를 졸업하고 성남시청에 입단해서는 5000m와 1만m, 하프마라톤만 뛰었다. 하프마라톤 최고기록은 지난해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 세운 1시간18분47초.

김영진은 이날 여자부에서 유일하게 완주했다. 20일 개막하는 전국체전 탓에 4명만 참가한 탓이다. 이들 중 3명은 중간에 모두 기권했다. 김영진은 “첫 풀코스 도전이라 2시간 40분대 초반을 목표로 했는데 바람에 밀려 더 좋은 기록을 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김영진은 2005년 성남시청에 입단한 뒤 풀코스 전환을 노렸지만 고관절 부상 재발을 우려해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라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올해 8월부터 강원 태백과 경기 성남 탄천을 달리며 본격적으로 풀코스 훈련을 시작했다.

이강국 감독은 “첫 풀코스 완주 치고는 좋은 기록이다. 지구력을 보강하면 내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 30분대 기록은 충분히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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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양종구 동아일보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