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클럽] 김성근은 PS 흥행메이커였다

입력 2009-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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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2009 한국프로야구가 24일 많은 팬들의 열띤 호응 속에 KIA 타이거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국내프로야구에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조차 한국시리즈의 독특한 묘미에 빠져들 만큼 양팀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을 거쳐 630만 관중을 쉽게 돌파한 프로야구는 이제 가을의 전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 갈수록 이야기 거리는 풍성해질 것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비록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를 통해 또 다시 초반 2연패 후 오뚝이처럼 일어나 가을잔치에 긴박감을 더해주었다. 한마디로 포스트시즌의 흥미를 더해준 주인공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는 많은 자료와 지나온 역사를 알아야 가능하다고 본다.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본을 떠나 가난했던 고국에 정착한 동기, 국내야구계의 견제와 질시는 물론 배타적 풍토 속에 살아남기 위해 승리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 실업야구를 거쳐 중·고교, 프로야구 감독으로 지도하고 있는 독특한 경력, 요즘도 인천에 살면서 서울로 오가는 출퇴근 시간조차 아낄 정도로 지독한 야구중독자, 부인과 딸들이 그의 생활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매일 경인고속도로를 오갈 정도로 그는 야구에 모든 것을 건다. 어느 야구인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하고 고집스런 그의 스타일과 야구관은 자연스레 야구계에 많은 반대파와 적을 생기게 했다.

솔직히 프로야구계에서 그를 좋아하는 야구인보다 싫어하는 야구인들이 더 많다. 또한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며 낮은 점수를 주는 팬들도 많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그가 있기에 재미있는 면도 많다고 생각한다. 8개 구단 감독의 야구 스타일과 철학이 거의 같다면 재미는 반감되지 않겠는가.

야구의 플레이는 선수가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선수를 감독이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하는가에 따라 색깔은 달라지고 성적도 달라질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감독의 역할과 비중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시리즈 5차전서 선수들 철수로 퇴장 당한 경력 상의 오점 속에 그는 외롭다. 주위를 둘러봐도 60대 이상의 감독은 혼자뿐인 허전함 속에 그는 내년에도 후배·제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상반된 평가 속에 향후의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도 큰 관심거리다.

팬들을 열광시켰던 가을잔치는 끝났다. 승자와 패자를 떠나 지독한 승부사인 스승과 싸우면서 머리가 지끈지끈했던 KIA 조범현 감독도 정말 수고했다. 독사 같은 스승과 ‘조갈량’의 혈투가 보여준 7차례의 명승부를 지켜보면서 야구인과 야구계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야구발전이란 큰 목표 아래서 선의의 경쟁을 지속하길 기대해 본다.

시즌 막판 19연승과 부상선수들을 데리고 포스트시즌서 선전한 김성근 감독과 SK 선수들은 챔피언 못지않은 또 다른 승자로 남게 될 것이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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