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내년엔 제자를 추월해야지…”

입력 2009-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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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끝내기 홈런 맞고도 흐트러짐 없어…“잘했어” 한마디 일축… 패배 인정
어쩜 저렇게 평온하고 담담할 수 있을까? LG 감독으로서 2002년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삼성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했을 때에도 저런 표정이었을까?

KIA 나지완의 사상 첫 KS 7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이 터진 순간, 그 자세 그대로 SK 김성근 감독은 흐트러짐 없이 앉아있었다.

인사를 건네자 희미한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받았다. 필드엔 퀸의 ‘We are the champion’이 흘렀지만 지난 2년과 달리 그와 SK를 위한 노래는 아니었다.

세리머니 도중 김 감독은 뒤편 벤치로 물러나 앉았다. 곁에 다가가니 먼저 손을 내밀어 다시 악수를 청했다. 아까보다 더 따뜻한 미소와 함께. 그리고 “잘했어” 한마디. 그 스스로에게 한 말처럼 들렸다. 그밖에 몇 마디 더했지만 함성에 묻혀 들리지 않았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이미 5차전 퇴장 직후 패배를 예감한 그였다.

코치, 프런트들이 찾아와 인사를 했다. KBO 유영구 총재도 와서 포옹을 나눴다.

TV 인터뷰를 마치고 패장 인터뷰룸에 들어가려는 길, 관중석의 젊은 여성팬들이 김 감독을 보더니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감독은 모자를 벗어 흔들었다. 아주 환한 얼굴로.

인터뷰룸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는 길, 그의 왼손이 어깨로 올라왔다. 무슨 말인가 했는데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롯데 모자를 쓴 팬이 김 감독 앞을 막았다. “감독님, 내년에 우리 롯데 좀 안 되겠심니꺼?”

패장의 마지막 말.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값지다. SK는 야구가, 인생이 뭔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졌으니까 내년엔 제자를 추월할 수 있는 스승이 돼야지.” 28일 김 감독은 마무리 훈련을 위해 일본 고지로 넘어간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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