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편지] 동료 꼬임에 미용실 갔다가 파마값 17만원 내가 미쳐요!

입력 2009-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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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저를 보는 사람마다 “미용실 원장들 굶어죽겠어. 머리 언제 할 거야?”라며 지적을 했습니다.

제가 어중간한 길이의 머리를 그냥 칭칭 동여맨 채로 대충대충 살았거든요. 잔소리 듣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어서, 큰 맘 먹고 미용실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평소 제일 심하게 지적했던 직장동료가 “기왕에 미용실 갈 거면, 시내에 있는 00헤어살롱 알지? 거기로 가! 내가 자길 안지 6년짼데, 만날 그 머리가 그 머리잖아. 이참에 가서 과감하게 한 번 바꿔보라구”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곳은 원주에서 비싸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드는 미용실이었습니다.

‘그래, 내가 여태껏 만원 넘어가는 티셔츠를 한 장 사봤나? 만날 운동화에 애들 체육복 바지가 고작이잖아. 뭐 해봤자 얼마나 나오겠어?’

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큰 맘 먹고 고급 헤어살롱으로 향했습니다. 이윽고 제 번호가 불려졌고, 저는 검진을 받으러 간 환자처럼 의자에 걸터앉았습니다. 일단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대야할 것 같아서 현영 씨처럼 머리를 해달라고 말했죠. 그러자 “어머, 언니! 역시 센서티브 하시다. 요즘 그 스타일 진짜 많이들 하세요. 그런데 언니는 머리 모양이 업 파트는 숱이 좀 적구요, 다운 파트는 숱이 많으니까, 콤플렉스 형 스타일로 가야겠어요. 옆쪽은 볼륨매직을 하고, 다운파트는 컬을 좋 넣을 게요. 제게 맡겨주세요. 알았죠? 트러스트 미∼”

정말이지, 무슨 놈의 영어를 그렇게 많이 쓰는지. 결국 제 머리는 완성됐고, 원더풀 투더풀 하면서 걸작이 따로 없단 말로 자화자찬을 하던 미용사가 내민 청구서에는 무려 17만 5천원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가격에 까무라칠 뻔 했지만, 엎질러진 물인걸 어쩌겠어요. 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카드결제를 하고 나왔습니다.

다음 날, 그래도 회사에 나가면 다들 잘했다고 한마디씩 하겠더니 하고 나갔는데, 어라? 다들 시덥잖은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저 쪽에서 제게 미용실을 추천한 동료가 오고 있는데, 그 친구도 머리를 바꾼 겁니다. “어때? 자연스럽지? 어제 퇴근길에 집에 가는데, 요 앞에서 개업기념이라고 꽤 저렴하게 퍼머를 해주더라고. 그래서 이것저것 할인카드 제시하고 적용받아서 만칠천오백원 주고 한 머리야. 어때? 괜찮지?”라고 하는데, 순간 가슴속에서 ‘띵!’ 하고 징소리 같은 것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17만 5천원. 아우∼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쓰려옵니다. 저요, 다음부터는 남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제 소신껏 살 겁니다!

From. 이지원|강원도 원주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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