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다가 SK에 3년 연속 막혀 또다시 가을잔치를 쓸쓸하게 끝냈지만 두산은 올 시즌 120%%의 성적을 거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상 선수 속출과 제대로 된 용병 부재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수단은 특유의 끈끈함과 뚝심으로 전력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와 비교했을 때 빈약하기 그지 없는 두산의 소극적인 투자다.
프로스포츠는 투자가 뒷받침돼야 성적이 난다. 돈이, 성적이 최고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다면 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최희섭 서재응 등 해외파들을 데려오기 위해 지갑을 열고, 능력 있는 용병 영입을 위해 부단히 애를 쓴 공격적인 투자가 KIA 우승의 밑바탕임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 6월말, 두산이 SK에서 버린 니코스키를 영입할 때부터 어쩌면 두산은 필연적으로 SK를 넘어설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KIA와 SK가 국내 선수는 물론 용병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등 제대로 된 선수 수급을 위해 열을 올릴 때, 두산 프런트는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했다. 입으로는 “우승이 목표”라고 했지만 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은 실현되지 않았다.
김진 사장은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제를 놓고 “지키지 않으려면 왜 규정을 만들었느냐”며 “우린 규정대로 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규정과 현실’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던 아래 직원들과는 적잖은 괴리감이 있었다. 프런트 고위층은 그룹에 공격적인 투자를 요청하는 대신 자신의 책임만 회피하려고 현실에 안주했다.
두산은 최근 수년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타 구단 선수들을 영입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지난해는 홍성흔이 떠나는 등 매번 선수들을 빼앗기기만 했다. 최근 FA 중 팀에 남아있는 선수는 김동주 하나 뿐이다. 두산은 “우리도 나름대로 돈을 쓴다”고 강변하면서 ‘짠물 구단’이란 소리를 가장 싫어한다. 그러나 프런트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 평가는 계속 될 것이다.
어느 야구인은 “행여나 올해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더라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질 뻔 했다”고 말했다. 투자 없이 우승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두산은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