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킬러를 넘어 우승으로.’ 7일 오후 7시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알 이티하드(사우디)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갖는 포항 선수들이 경기 하루 전인 6일 공식 훈련에서 볼 뺏기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귀마개를 한 데닐손(오른쪽 두 번째)이 김기동(6번)의 팔을 장난스레 잡아끌고 있다. 도쿄 | 사진공동취재단
오늘 오후 7시 도쿄서 최후의 결전
포항이 7일 오후 7시 ‘난적’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운명의 한 판을 갖는다. 단판 승부로 우승팀을 가릴 2009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장소는 일본 도쿄국립경기장. 주로 일본대표팀이 A매치를 치르고 영국 런던 인근의 웸블리 스타디움처럼 오랜 전통과 역사가 녹아있어 ‘일본축구의 성지’로 군림해 왔다. 관례적으로 일왕배 전 일본축구선수권이나 J리그 슈퍼컵 및 나비스코컵 결승전 등 굵직한 이벤트를 개최한다. 사실 이번 결승전을 유치한 것도 J리그가 아시아 최강임을 과시하기 위한 일본축구계의 전략적 시도였으나 정작 주인공이 되지 못해 자존심에 큰 흠집이 났다.포항 선수단도 이 경기장이 상징하는 바를 잘 안다. 브라질-아르헨티나의 그것처럼 한일 관계를 일찌감치 파악한 포항 파리아스 감독은 “장소만 봐도 이번 경기는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포항 프런트도 “오랜 시간, 한국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온 일본축구의 심장부에서 아시아 정상에 선다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올 듯 하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곳은 한국대표팀이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때 서정원의 동점골과 이민성의 역전 골로 일본에 짜릿한 2-1 승리를 챙긴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포항은 독특한 우승 세리머니를 구상하고 있다. 포항 구단은 경기 당일 오전, 응원을 위해 현지로 파견되는 2군 및 직원들이 포함된 2진이 태극기와 포항 엠블럼이 새겨진 붉은 구단 깃발 30∼50여 개를 공수해 올 계획이다. 이에 포항선수들은 승리할 경우를 대비, 태극기를 활용한 아주 특별한 세리머니를 계획하고 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전 승리 후, 마운드에 작은 태극기를 꽂은 장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2군 신화 주인공’ 유창현은 “아직 결정하진 못했지만 태극기 세리머니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했고, 최근 부친상을 당했지만 발인 후 곧바로 선수단에 합류한 수비수 김형일도 “일단은 경기부터 이긴 뒤 생각할 계획이지만 동료들과 많은 상의를 해서 포항 팬들을 최대한 감동시킬 수 있는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세리머니를 준비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도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