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산에 갔다, 왜? ‘도’ 닦으러

입력 2009-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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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 스포츠동아DB

작년 야구인생 벼랑 끝 위기때 산행
“안되면 관둔다” 다짐 화려한 부활로
특별한 추억…1년전 떠올리며 등반
“내년엔 홈런왕!” 새로운 도약 결의


“힘껏 흔들어봤는데 꿈쩍도 안 하더라고요. 하하”

휴대폰 너머 목소리는 평소보다 톤이 높고 유쾌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그려질 정도였다.

‘빅초이’ KIA 최희섭(30)이 1년 만에 다시 설악산을 찾았다. 최희섭은 23일 “오늘 산에 올라 흔들바위를 힘껏 밀어봤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추워서 얼었는지 모르겠지만 힘을 쓴다고 썼는데 조금도 움직이지 않더라”며 웃었다. “꿈쩍도 안 해 기분이 상했다”고 했지만, 목소리엔 힘이 있었고 뒤이어 웃음소리가 이어질 정도로 그는 기분이 무척 좋은 듯 했다.

그에게 설악산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지난해 이맘 때, 최희섭은 설악산을 찾아 부활을 다짐했고 첫 산행은 벼랑 끝에 몰렸던 그의 야구 인생을 180도 돌려놓는 계기가 됐다. 최희섭이 ‘산의 매력’에 푹 빠진 것도 설악산을 찾은 뒤부터였다. 그는 설악산에서 “내년에도 안되면 야구를 그만두겠다”며 마음 가짐을 새롭게 했고, ‘설악산 결의’ 덕분에 그는 올 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더불어 KIA는 12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해 설악산을 오를 땐 발도, 몸도 정말 무겁고 힘들었다. 내 스스로 준비가 안 됐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1년 전 기억을 되살린 그는 “그 때 몸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고, 그래서 더 열심히 산을 타게 됐다. 설악산은 그래서 내게 더 특별한 존재”라며 고마움도 표시했다.

“이번에 산을 오르는데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는 걸 새삼 또 한번 느꼈다. 내일은 대청봉에 오를 계획”이라고 밝힌 최희섭은 “혼자 왔지만 산이 있고, 온천도 있고 해서 너무 즐겁다. 내년 시즌에는 내가 한국에 돌아온 또 다른 목표인 홈런왕 타이틀에 도전하겠다”며 새로운 목표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남다른 각오도 곁들였다.

어렵고 힘들었던 1년 전, 그는 설악산에서 부활을 다짐하며 새 희망을 봤고 이번 산행은 내년 시즌 또 다른 도약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고 있는 셈.

KIA는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중심으로 25일부터 3박 4일간 사이판으로 우승 기념 여행을 떠난다. 최희섭은 “함께 산을 타기로 한 (이)승엽 형과는 여행을 다녀온 뒤 날짜를 맞춰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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