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룸(앞)이 21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에콰도르전서 선방하고 있다. 캔자스시티│신화뉴시스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룸이 21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에콰도르전서 0-0 무승부를 이끈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캔자스시티│AP뉴시스
[스포츠동아 권재민 기자]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룸(37·마이애미 FC)이 2026북중미월드컵 에콰도르전서 단일 경기 정규시간 최다 선방(15회)을 기록하며 모국의 사상 첫 대회 승점 획득에 앞장섰다.
룸은 21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에콰도르와 대회 조별리그 E조 2차전서 풀타임을 뛰며 15차례 선방을 기록해 조국의 0-0 무승부에 앞장섰다. 이번 대회 최약체 중 한 팀으로 지목된 퀴라소는 대회 사상 첫 승점 수확에 성공했다.
퀴라소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81위로 세계축구계에서 잘 알려진 팀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네덜란드-퀴라소 이중국적 선수들을 적극 유입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했지만 주류 국가들과 전력차가 컸다. 북중미월드컵 북중미 지역예선서도 전망이 밝지 않았다.
그러나 네덜란드 이중국적 선수들의 저력은 상당했다. 룸, 수비수 리체들리 바주르(콘야스포르), 위르겐 로카디아(마이애미 FC) 등 유럽무대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모국이 북중미월드컵 북중미 지역예선을 무패(7승3무)로 통과하는 데 앞장섰다.
에콰도르전서도 골키퍼 룸의 활약이 가장 빛났다. 모국의 사상 첫 월드컵 경기인 15일 독일전 1-7 대패 후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점수차만으론 퀴라소의 용기, 자부심, 꿈을 정의할 수 없다. 아직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밝힌 그는 에네르 발렌시아(파추카), 모이세스 카이세도(첼시), 페르비스 에스투피난(AC밀란) 등 에콰도르의 쟁쟁한 선수들에게 골을 허락하지 않았다.
룸은 킥오프 3분만에 맞은 발렌시아와 1대1 상황을 침착하게 막아낸 것을 시작으로 전반 12분과 42분 존 예보아(베네치아)의 잇따른 왼발 슛을 쳐냈다. 후반 20분 발렌시아의 결정적 헤더도 룸에게 막히자 에콰도르 선수들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덜란드 연령별 대표 출신인 룸은 2015년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전 퀴라소 감독(네덜란드)의 설득으로 퀴라소에 합류했다. 공격수 레안드로 바쿠냐(이그디르)와 함께 모국의 A매치 역대 최다 출장 기록 타이(74경기)를 수립한 그는 퀴라소의 전설이다. 룸은 올해 초 FIFA와 인터뷰서 “어렸을 적 영웅인 클루이베르트 감독의 퀴라소 합류 제안을 들었을 때 거절할 이유가 전혀없었다. 퀴라소 출신 아버지는 물론, 유년기를 퀴라소서 보낸 네덜란드 출신 어머니 역시 내 의사를 존중해주셨다. 그저 월드컵 출전만 바라봤는데 꿈이 이뤄졌다”며 북중미월드컵을 별렀는데, 에콰도르전서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한편 조 최하위(4위) 퀴라소는 1무1패, 승점 1로 3위 에콰도르(1무1패·승점 1)와 승점 차를 지웠다. 득실차(퀴라소 -6·에콰도르 -1)만 밀렸다. 현재 조 1위와 2위엔 독일(2승·승점 6)과 코트디부아르(1승1패·승점 3)가 자리했다.
퀴라소는 26일 코트디부아르와 최종 3차전서 승리하면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이변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에콰도르가 독일을 꺾지 못하면 퀴라소는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다. 에콰도르가 독일전서 이겨 조 3위에 그치더라도 다른 조 상황에 따라 토너먼트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12개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8팀에 토너먼트 진출권이 주어진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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