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 “선수들은 내자식”…같이 울고 웃는 ‘성남의 아버지’

입력 2009-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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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 박규남(72·사진) 사장. 스포츠동아DB

성남 박규남(72·사진) 사장은 참 눈물이 많은 사람입니다. 얼핏 외모만 보면 ‘강성’ 이미지인데 실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외면에 비해 정(情)이 깊은 이라고 한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 경기에서 패한 뒤 본부석에 우두커니 선 그를 보면 날카로운 테 안경 너머로 물기 가득한 두 눈을 볼 수 있어요.

단장 직함을 갖게 된 지 20여 년. 일화(성남 전신) 창단부터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심정으로 바라봤으니 현재 K리그 구단 사장(단장)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일 겁니다. 최소 1000경기 넘게 현장을 찾아 직접 관전했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죠. 물론, 국제 대회까지 합치면 이보다 기록은 훨씬 늘어날 테고요.

하지만 이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습니다. 성남의 진짜 벤치는 감독이 아닌, 박 사장이라고요. 간섭이 심하다는 의미인데, 할 말이 많지만 그런 얘기가 나오면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사실 우승을 해도 승부의 세계에선 ‘달콤함’보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욱 많이 남는 법이라고 축구인들은 입을 모읍니다. 스스로를 ‘절반 축구인’이라 칭하는 박 사장은 이를 실감합니다. “많은 우승을 경험했죠. 그래도 ‘그때 내가 왜 그랬지?’란 후회가 먼저 밀려오죠. 우승하면 딱 하루 행복해요. 항상 내일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하니까.”

항상 남편과 함께 하는 라우열(70) 여사도 웃습니다. “축구 밖에 모르죠. 가족보다 (김)정우를 먼저 챙기니까.” 흔한 가족 간의 오붓한 외식도 라 여사는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이해할 수 있다”지만 얼마나 서운할까요? 그래도 박 사장은 라 여사가 있고, 또 축구가 있어 행복한 남자라고 하네요. 물론, 그의 입을 직접 빌어 들은 적은 없지만 말이죠. 아, 한 가지 더! ‘돈 주고 우승 샀다’는 표현…. “이젠 부자 구단이 아녜요. 몸값도 많지 않죠. 그래도 성남의 자식들(선수들)이 아시아 정상에 서는 걸 꼭 보고 싶네요. 내년에 저희 가능할까요?”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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