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NHL 몬트리올의 좌절…‘캐나다의 자존심’ 이대로 몰락?

입력 2009-12-0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북미 프로 스포츠팀 가운데 최다 우승팀은 단연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다. 그 다음 최다 우승팀은 NHL의 몬트리올 캐너디언스다. 양키스는 올해를 포함해 통산 27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몬트리올 캐너디언스는 스탠리컵을 24차례 들어올렸다.

양키스가 미국을 상징하는 팀이라면 몬트리올은 캐나다의 자존심이다. 캐나다의 유소년과 청소년에게 몬트리올은 선망의 대상이다. 몬트리올에는 겨울에 실외링크만 300개 이상 설치된다. 아이스하키가 국기인 캐나다에서는 몬트리올 캐너디언스 유니폼을 입는 게 꿈이다. 메이저리그에 뉴욕 양키스 왕조가 있다면 NHL에서는 몬트리올이 왕조로 군림했다.

1901년 창단된 양키스는 1919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베이브 루스를 현금으로 트레이드해오기 전까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처음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해는 1921년이다. 양키스는 ‘암흑의 시대’로 불리는 1980년대에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했다. 10년 단위 우승 공백이 있는 셈이다.

1909년 12월 5일(한국시간) 출범한 몬트리올은 6년 만에 리그 챔피언십에 올랐다. 몬트리올은 1993년 마지막 스탠리컵 우승까지 10년 기준으로 무관에 그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몬트리올도 2000년대 들어 스탠리컵 정상을 밟지 못하고 10년을 넘겼다. 몬트리올의 우승 좌절은 재정이 원인이다.

양키스는 향후 이변이 없는 한 10년 단위 우승은 쉽게 이룰 수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해 선수들을 끌어 모으면 된다. 2008년 플레이오즈 진출이 좌절된 뒤 에이스 CC 사바시아, 제2선발 AJ 버넷, 강타자 1루수 마크 테셰라 등 3명을 영입하는데 투자한 돈이 무려 4억2350만달러다. 우리 돈으로 487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하지만 몬트리올은 돈으로 선수를 살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몬트리올은 양조회사 몰슨 패밀리 소유다. 재정이 양키스처럼 넉넉한 편도 아니고, NHL의 샐러리캡에 묶여 돈으로 전력 보강은 사실상 어렵다. 실제 캐나다에 프랜차이즈를 둔 팀들의 스탠리컵 정상 도전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1993년 몬트리올의 마지막 스탠리컵 우승 이후 캐나다 프랜차이즈 팀은 한번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미국에 프랜차이즈를 둔 팀들이 스탠리컵을 독식했다. 1993년 이후 캐나다 팀의 스탠리컵 파이널 진출도 고작 4회에 그치고 있다. 밴쿠버 캐넉스, 캘거리 프레임스, 에드먼턴 오일러스, 오타와 세네터스 등이 전부다. 캐나다 프랜차이즈 팀들의 재정 취약이 결정적이다. 캐나다의 국기인 아이스하키가 돈 앞에서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일 몬트리올은 팀 창단 100주년을 맞았다. 이날 성대한 식전행사를 치르고 몬트리올의 영원한 라이벌 보스턴 브루인스와 한판승부를 치러 5-1로 승리해 홈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몬트리올은 비록 스탠리컵 우승을 미국 프랜차이즈 팀들에게 번번이 빼앗기고 있지만 1993년 이후 9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명문팀의 저력은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의 2%%가 부족해 스탠리컵 파이널 진출에는 실패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팀의 영구결번이 가장 많은 팀은 양키스다. 베이브 루스, 루 게릭 등을 포함해 16명이다. 양키스를 거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들도 손으로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NHL의 몬트리올도 마찬가지다. 몬트리올은 NHL의 역사다. 17명이 영구결번으로 남아 있다. 44명이 몬트리올를 거쳐 명예의 전당(캐나다 토론토)에 가입했다. 44명 가운데 42명이 캐나다 출신이다. 몬트리올이 캐나다의 자존심이라는 것이 명예의 전당 배출로도 나타난다.

‘로켓’으로 통했던 모리스 리처드, 가이 라플러어, 봅 게이니(이상 공격수), 켄 드라이든, 패트릭 워(이상 골리) 등은 NHL의 전설적 플레이어들로 몬트리올이 배출했다. NHL의 최고 명장으로 통하는 스코티 보우맨 감독도 1971년부터 1979년까지 8년 동안 몬트리올을 지휘하면서 통산 5차례 스탠리컵을 안겼다.

몬트리올은 지난 16년 동안 스탠리컵을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약은 없다. 디펜딩 챔피언 피츠버그 펭귄스, 미국의 명문 디트로이트 레드윙스를 능가하는 전력을 구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팀 창단 100주년을 맞은 올해 전력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승률 5할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현재 동부 콘퍼런스의 북동부지구에서도 4위에 머물러 있다. 몬트리올이 언제쯤 캐나다인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LA | 문상열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