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수비수 허정무는 아르헨티나 스트라이커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 ‘태권도 축구’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러나 24년 만에 지도자로 다시 만나서는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은 10월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파주NFC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 [스포츠동아 DB]
허정무 감독 24년만의 복수혈전 결의
“제대로 한번 맞대결을 하고 싶다.”축구대표팀 허정무(54) 감독이 아르헨티나 마라도나(49) 감독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허 감독은 10일 대한축구협회 5층 회의실에서 가진 공식기자회견에서 마라도나 감독과 관련된 질문을 받은 뒤 “86년 월드컵을 생각해보면 다시 마라도나와 붙는다 해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허무하게 지고 싶지 않다”며 “제대로 ‘맞장’을 뜨고 싶다”고 말했다.
허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선수로 맞대결했다. 허 감독은 김평석에 이어 마라도나 전담 수비 역할을 맡았다. ‘진돗개’라는 별명을 가진 허 감독은 마라도나를 맨투맨 수비했지만 탁월한 스피드와 드리블 기술을 가진 그의 발목을 조이는데 실패했다. 당시 허 감독이 마라도나를 향해 다리를 들고 있는 사진이 찍히면서 ‘태권도 축구’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1-3으로 패했다.
24년이 지나 허 감독과 마라도나는 자국을 이끄는 지도자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재대결하게 됐다.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남아공월드컵 B조에 속해 6월 17일(한국시간) 오후 8시30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16강 진출을 놓고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친다.
허 감독이 지도자로서는 마라도나보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허 감독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2승1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 9년 만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한국을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무패로 본선에 올려놓았다. 반면 마라도나 감독은 아르헨티나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끊임없는 비난에 시달리면서 어렵게 예선을 통과했다. 특히 그의 선수기용과 전술에 팬들뿐 아니라 일부 선수들까지 불만을 표시하는 등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월드컵 예선 당시 언론에 욕설을 퍼부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개월 자격정지의 징계를 받아 조 추첨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한편 허 감독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경기가 고지대인 요하네스버그에서 벌어지는 것과 관련해 “아르헨티나가 남미 예선 경기 중 고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고전하긴 했지만 본선에서는 다를 것이다”며 “아르헨티나는 우리와 경기하기 직전에 고지에서 이미 1경기를 치르고, 훈련캠프도 고지대로 잡은 것으로 안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