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시상식 축하객 전락…자존심에 상처
“빼앗긴 상, 넘겨준 명예 다 찾아와야죠.”결혼으로 인한 책임감은 남다른 채찍이 돼 신년 각오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품절남’으로 변신한 롯데 이대호(28)가 2010년을 명예 회복의 해로 삼겠다는 굳은 다짐을 보였다.
하루 전 달콤한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대호는 4일 “미처 몰랐는데 결혼을 하게 되니까 또 다른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올해는 그동안 빼앗겼던 상, 명예 다 찾아오겠다”고 밝혔다.
지난 달 26일 9년 열애 끝애 신혜정 씨와 결혼에 골인, 이제 어엿한 가장이 된 그는 “이젠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잘 해야 한다. 작년 겨울엔 국가대표 준비 등으로 준비를 착실히 했지만 이번 겨울엔 시즌이 끝난 뒤 기초 군사훈련에다 결혼식 등으로 평소보다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다. 내일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온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2006년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며 생애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이대호는 최근 3년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보였던 게 사실. 주변 시선과는 별도로 스스로 느끼는 평가다. 특히 이대호라는 이름값과 자존심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지난해 100타점을 마크, 처음으로 세자릿 수 타점을 기록했지만 타율(0.293)은 4년만에 다시 3할 밑으로 떨어졌다.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연말 시상식에서도 주인공이 아닌 축하객으로 전락했다.
그가 새해 다짐을 새롭게 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할 동갑내기 친구인 추신수(클리블랜드), 김태균(지바 롯데)을 떠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도 잘 하고, 저도 잘 해야죠”라는 말에는 적잖은 의미가 담겨 있다.
2년 연속 가을잔치에 진출했지만 두 번 모두 준플레이오프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던 롯데. 100만 관중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롯데는 이대호의 다짐이 이뤄진다면 2년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도약을 노릴 수 있다. 결혼 후 남다른 책임감으로 무장한 이대호에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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