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난다.
하지만 지친다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멈칫하는 것은 월드컵 출전을 포기하는 몸짓이다.
남아공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는 25명. 이중 골키퍼 3명을 제외하면 22명이다. 이들 중 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은 8~10명 선. 그래서 피가 마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고지대의 힘든 훈련도 달게 삼킨다.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래서 희비는 엇갈리기 마련이다. 그 키는 허정무 감독이 쥐고 있다. 과연 허 감독은 어떤 기준을 갖고 있을까. 허심(許心)의 3가지 키워드를 풀어본다.
●헌신
2002년 월드컵에서 채 1분도 뛰지 못한 한국 선수는 모두 5명.
하지만 이들은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경기를 뛰고 나온 동료들에게 수건을 건넸다. 등을 토닥이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4강 신화가 가능했다. 허 감독은 이런 마음의 자세를 중요시 한다.
어차피 여기서 살아남는 선수들도 몇몇 수비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백업요원이다. 팀에 녹아들지 못한 채 벤치에서 불만을 표출할 선수라면 애당초 탈락시키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팀을 위한 적극성과 헌신성, 이 2가지가 옥석 가리기의 중요한 잣대다.
●체력
상대는 모두 강팀이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그 어떤 팀도 쉽게 볼 수 없다. 그래서 이들과 맞붙어 쓰러지지 않고 강한 압박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중요하다. 특히 고지대 경기가 있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허 감독이 “고지대에 강한 선수를 뽑겠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체력은 곧 자신감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아울러 많이 뛴다는 것은 동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팀플레이다.
‘산소 탱크’ 박지성이 팀플레이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이유다. 새로운 공인구 자블라니는 더욱 더 공격 지향적이어서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성장
멈춰 버린 선수를 선택할 감독은 없다. 특히 허 감독의 스타일은 조금씩이라도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선수에게 더 애정을 갖는다.
훈련장에서 허 감독은 많은 주문을 한다. 이를 잘 받아들이고 빠른 적응을 보이는 선수인지, 아닌 지를 구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대로 받아들일 때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명성이나 신참 고참 구분을 두지 않겠다는 것은 허 감독의 지론이다. 오직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선수를 선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선수들 사이에서 특출해야만 허 감독이 말한 ‘흙속의 진주’가 될 수 있다. 허 감독은 2월 동아시아대회까지 모든 선수를 관찰할 예정이다. 1개월 정도 남은 기간 동안 과연 누가 허심을 사로잡을까.
루스텐버그(남아공)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