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난공불락 ‘팔색조’ 구종…올시즌 20승 ‘윤’이 반짝

입력 2010-0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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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국내 최고의 오른손 투수로 꼽히는 윤석민은 빠른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로 소속팀 KIA는 물론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국가대표팀 주축투수로 맹활약했다.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최고의 우완투수…호랑이띠 윤 석 민
입단전엔 직구-슬러브 단순한 구종

KIA 이광우 코치 만나 8가지로 넓혀

입단후 한달만에 명품슬라이더 완성

2년간 맹연습…지난해엔 너클커브도

WBC땐 투심패스트볼 잘통해 자신감

벌써 시즌 준비 구슬땀…괌으로 출국

올시즌 15승 이상…해외진출 꿈꿔요

KIA 윤석민(24)은 가장 이상적인 투구폼으로 가장 다양한 구종을 가장 완벽하게 구사하는 투수다. 데뷔 5년 동안 한차례밖에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그가 ‘우완투수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올해 윤석민의 목표는 개인최다 15승과 부상 없는 시즌이다. 2010년은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백호의 해’다. 호랑이띠 윤석민이 자신의 해에 진정한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거듭날지 기대된다.


‘배움의 천재’ 프로에서 다 배웠다

윤석민은 ‘팔색조’로 불렸던 두산 조계현 코치 이후로 가장 다양한 구종을 소화하는 투수다. 그가 현재 던지는 공은 포심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서클체인지업, 커브, 스플리터, 컷패스트볼, 팜볼 등 8가지다. 프로에 입단하기 전까지는 흔히 직구라고 하는 포심패스트볼과 슬러브 두 가지 구종이 전부였다. 지금 던지는 변화구 모두를 사실상 KIA에 입단해서 배웠다. 타고난 손재주도 있었지만 노력과 호기심이 다양한 구종을 갖게 된 더 큰 이유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포심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4개를 꼽았다. 네 가지 구종은 볼카운트 0-3에서도 연속 3개의 스트라이크를 던질 자신이 있다고 했다. 컷패스트볼과 스플리터, 팜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윤석민에게 완성의 의미는 0-3에서 스트라이크를 연속 3개 던질 수 있는 컨트롤이 갖춰진 것을 말한다.


윤석민 슬라이더의 비밀!

“슬라이더 던질 줄 아냐?” “모릅니다.” 2005년 KIA에 입단한 윤석민은 이광우 코치에게 슬라이더를 배웠다. 이 코치는 윤석민에게 보통 슬라이더 그립보다 공을 깊숙하게 꽉 잡고 던지라고 권유했다. 이 코치는 “손목으로 틀려고 하면 이미 슬라이더가 아니다. 중지(가운데 손가락)에 힘을 주는 느낌으로 던져라”고 주문했다. 한달이 지날 즈음 윤석민은 야구를 하고 가장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스프링캠프 마지막 무렵에 정말 중지에 공이 걸리는 느낌이 오기 시작하더라구요.” 윤석민의 명품 슬라이더는 그렇게 완성됐다. 올해는 슬라이더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다. 스프링캠프에서 백도어를 집중 연마해 우타자의 몸쪽과 좌타자의 바깥쪽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공을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에 던져야 한다’는 윤석민의 투구철학과 딱 맞아 떨어진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윤석민처럼 공을 깊숙하게 잡고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는 거의 없다. 단 한명, 히어로즈의 김수경이 공을 깊이 잡고 슬라이더를 던진다. 둘 다 ‘슬라이더의 달인’이고 보면 윤석민의 슬라이더 투구법은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쉬운 건 하나도 없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윤석민은 지난해 너클커브를 멋지게 던졌다. 2007년 처음 너클커브를 배울 때는 공을 포수에게 제대로 던지지도 못했다. 제대로 완성되기까지는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슬라이더와 커브를 다 잘 던지기는 쉽지 않다’는 통념을 깨보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 또다른 명품 서클체인지업을 만드는 데도 2년이 걸렸다. 윤석민은 우타자와 좌타자에게 다른 그립으로 서클체인지업을 던진다. 우타자에게는 손가락에 끼워서 던지고 좌타자에게는 실밥을 이용한 통상적인 그립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서클체인지업은 좌투수는 우타자에게, 우투수는 좌타자에게만 던진다. 공이 변화하는 각도 때문이다. 윤석민은 우타자에게 서클체인지업을 던지기 위해 손가락에 공을 끼우는 그립을 착안했다. 슬라이더를 6개월 만에 완성한 것을 제외하면 윤석민이 한 가지 구종을 완성하는 데는 평균 2년 이상이 걸렸다. “처음부터 잘되는 것은 당연히 없죠.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던지는 겁니다.”


윤석민의 ‘미완성 무기들’

윤석민의 컷패스트볼은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나온 파생상품이다. 그의 슬라이더가 시속 140km를 넘어갈 때는 구톰슨의 컷패스트볼보다 더 위력이 있다.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컷패스트볼을 배워가고 있다는 게 윤석민의 표현이다. 스플리터는 가장 대중화된 구종이지만 윤석민에게는 가장 어려운 공이다. 지난해 실전에서는 볼넷을 내줄 상황에서 부담없이 던졌다. 아직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돼 확실치는 않지만 언제 명품이 될지 알 수 없다. 팜볼은 2008년 KIA에서 뛰었던 에서튼에게서 배웠다. 실전에서 많이 던져보고 싶은데 “상훈이 형이 사인을 내주지 않는다”며 웃는다. 2007년 한희민 코치에게 배운 윤석민의 투심패스트볼은 세손가락을 사용한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서 기가 막히게 던졌다. “WBC 공인구가 국내공보다 많이 미끄러웠어요. 대신 변화구는 굉장히 잘 먹히더라구요. WBC에서 투심패스트볼에 자신감을 얻어 지난해 몸쪽에 많이 던졌는데 국내 공은 생각만큼 변하지 않았어요.” 올해는 투심 대신 포심패스트볼을 몸쪽에 던질 계획이고 투심은 좀더 수정 보완을 할 예정이다.


● 20승?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난해 WBC를 마친 뒤 SK 박경완은 윤석민을 두고 “20승도 가능한 투수”라고 치켜세웠다. 히어로즈 정민태 코치도 “윤석민이 20승에 가장 근접한 투수다. 못할 이유가 없다”며 칭찬했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윤석민이 등판하면 쳐서 이긴다는 것보다는 컨디션이 나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LG 박용택은 “윤석민은 노려 치기 힘든 투수다. 그렇지만 노리지 않으면 더 치기 힘든 투수”라고 어려움을 얘기했다. 한마디로 윤석민의 이상적인 투구폼과 다양한 구종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윤석민은 아직 한번도 20승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부상만 없다면’ 윤석민이 KIA 타선을 등에 업고 올해 15승 이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태어나서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20승 투수도 이제는 한번쯤 꿈꿔볼 때도 된 것 같다.


올해는 진짜 부상없이 잘하고 싶다

2년 연속 어깨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윤석민은 올해만큼은 부상 없는 시즌을 약속했다. 현재 어깨에 아무 이상이 없고 좀더 알찬 준비를 위해 재활조에 속해 5일 괌으로 출발했다. 따뜻한 괌에서 곧바로 공을 던질 계획이다. 스프링캠프에서 항상 다른 투수들보다 페이스가 느렸기에 올해는 좀더 일찍 준비를 하러 떠났다. 지난 2일 광주구장에서 만난 윤석민은 “올해는 진짜 야구를 잘하고 싶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우완투수’로 꼽지만 자신은 한번밖에 10승을 못한 투수라며 분에 넘치는 찬사라고 했다. 그래서 올해는 꼭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게 윤석민의 소망이다. “지난해는 WBC 이후에 야구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부진의 원인”이었다며 올해는 매순간 집중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윤석민의 가장 큰 꿈은 해외에 나가 성공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은 뒤 당당하게 해외에 나가 승부를 겨뤄보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중계를 하면서 여러 차례 ‘윤석민의 피칭은 예술이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2010년 호랑이의 해. 아트피칭 윤석민이 뭔가 큰일을 낼 것 같은 느낌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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