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잇 걸(it girl)’ 김연아

입력 2010-01-07 15: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우리
가 궁금해 하는 김연아의 사생활


● 김연아 담당기자가 풀어놓은 '그녀에 대한 5가지 궁금증'
● 사적인 자리에선 낯을 가리는 '대인배 김슨생'
● 20살이라는 어린 나이? 사고방식은 이미 성숙 그 자체
● 은퇴 후 연예계 진출? "피겨와 관계된 일을 하지 않을까"


'가장 알고 싶은 스포츠 선수는 김연아'

지난해 누리꾼들이 가장 알고 싶은 스포츠 스타는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였다. 한 포털사이트가 집계한 검색결과에 따르면 김연아가 스포츠인물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김연아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과연 김연아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사실들은 많다고 생각하면 많다. 하지만 팬들의 갈증을 채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일거수일투족이 관심거리다. '김연아' 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이미 조회수 상위권은 확보해 놓을 정도다.

김연아의 식단은 기본이다. 다이어트 비법, 화장법 등도 이야기꺼리가 된다. 김연아가 '아' 한마디 하면 100가지 해석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관심의 정도가 스포츠 선수를 넘어 연예인 수준이다.

김연아에 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 김연아가 직접 다 밝히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들다. 기자는 곁에서 지켜보기만 2년째다. 누구보다는 아니지만 조금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있다. 새해를 맞아 팬들이 궁금해 하고, 그나마 기자가 알고 있는 '김연아에 대해 궁금한 점 5가지'를 풀어볼까 한다.

김연아가 그랑프리 5차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인 76.28점을 기록하고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Q1: 훈련 외에는 무엇을 할까?

A: 스포츠 선수라면 무릇 훈련에 열중하는 법. 특히 김연아 같은 세계 최고의 선수는 훈련량도 많다. 김연아는 주중 48시간을 훈련한다. 일요일을 빼고 매일 8시간 씩 훈련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훈련 외에는 무엇을 할까?

하루 8시간의 훈련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뺀다면 대략 8시간 정도를 하루에 쓸 수 있다. 훈련 준비를 하고, 집과 빙상장을 오가고, 식사하는 시간을 뺀다면 대략 5시간 정도는 자유시간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김연아는 평일에는 딱히 무엇을 하고 지내는 것은 없다. 훈련만으로도 빠듯한 시간이다. 김연아가 오롯이 자유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대는 훈련과 저녁식사를 마친 뒤다. 김연아는 이 시간에 보통 음악 감상과 인터넷을 한다.

김연아는 인터넷을 하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할 때도 있다. 매번 일찍 자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늦게 잠들 때가 많다고 한다. 인터넷으로는 쇼핑과 음악 다운로드를 주로 한다. 특히 친구들과 메신저 채팅은 빠짐없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아의 채팅 상대는 '친구'로만 알려져 있다.

유일한 휴일인 일요일에는 집에 있기도 하지만 토론토 시내로 잠깐 나들이를 하기도 한다. 쇼핑도 하는 등 여느 20대 소녀와 다를 바 없다. 영화 관람도 할 것 같지만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탓에 영화관 출입 빈도는 손에 꼽을 정도다.


Q2: 옆에서 본 성격은 어떨까?

A: '대인배 김슨생(선생)'.

김연아 팬들이 김연아를 지칭할 때 부르는 말 중의 하나다. 지금까지 곁에서 느끼고 지켜본 김연아는 '대인배'라고 하면 딱 맞다. 그만큼 '쿨'한 성격이다. 실제로도 화통한 면을 지니고 있다. 어떤 나쁜 일이 있어도 좋게 생각하며 훌훌 털어버리는 성격이다.

김연아 본인도 "낙천적인 면이 있다"고 밝혔다. 또 어떻게 보면 김연아의 쿨한 성격은 남성적인 면도 있다. 김연아는 자신의 성격에 만족한다. 김연아는 "내 스스로 잘난 척 하는 것 같지만 내 성격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의외의 면도 있다. 김연아는 낯을 가리지 않을 것 같지만 낯을 가리는 편이다. 김연아는 지금까지 많은 취재진을 만나왔다. 안면이 있거나 한번이라도 인터뷰를 한 기자와는 편하게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한 번도 본적 없는 기자들 앞에서는 약간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김연아 담당 2년째인 김동욱 기자가 김연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연아의 한 관계자는 "김연아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런 면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낯을 가리는 것 같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쉽게 이야기하는 성격은 아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연아에게 주위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톡톡 튀는 어법과 실내가 떠나갈 듯한 큰 웃음소리는 긴장하고 있던 취재진의 마음까지 녹이니 말이다. 이럴땐 김연아의 낙천적인 바이러스가 주위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설마 이 전염에 대한 백신을 맞으려고 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이런 성격은 지금까지 김연아가 만들어온 것도 있지만 부모님의 영향도 크다. 김연아의 전체적인 성격은 어머니 박미희 씨를 많이 닮았다. 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 씨는 "연아의 성격은 내 성격과는 다르다. 체격은 날 닮은 것 같은데 성격은 아내를 많이 닮았다. 그런 점이 피겨라는 스포츠를 하는 것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Q3: 외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A: 김연아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자신을 둘러싼 기사가 한 달에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가 쏟아진다. 김연아도 궁금한 것이 많은 20대다. 자신에 대해 쓴 기사를 찾아보기도 한다. 기사를 보다 보면 읽기 싫어도 클릭을 하고픈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기사에 달린 댓글. 김연아는 댓글도 가끔 본다.

물론 좋은 댓글이 있다면 극히 일부의 말도 되지 않는 악플도 있다. 이에 대해 김연아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김연아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 일부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만하지 않을까"라는 얼토당토 않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김연아는 이에 대해 "'자만하지마', '방심하지마'라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난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정상에 섰지만 부단히 노력한다. 절대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김연아는 최고 기록에 머물지 않고 세계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김연아도 신경 쓰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크게 이슈화가 되는 것이다. 김연아는 최근 싸이월드 미니홈피 혹은 트위터 사용이 뜸하다. 사진은 올리지만 글은 거의 올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주위 반응 때문이다.

김연아는 어머니 박미희 씨(왼쪽)에게서 낙천적인 성격을, 아버지 김현석 씨(가운데)에게서 체격을 물려 받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연아는 "내가 한 단어만 올려도 이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확대해석을 하거나 반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올린다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영향력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행동과 말 한마디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지내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김연아는 대한민국에서 명실상부한 공인이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다.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이지만 생각은 이미 20대를 넘어섰을 지도 모른다.


Q4: 대회 기간 중에는 무엇을 할까?

A: 대회 기간 중에는 무엇을 하며 보낼까? 대회 기간 중에는 경기에 출전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아니 그럼 경기 외에는 무엇을 하며 보낼까? 훈련을 하며 보낸다. 자 이제 그만. 훈련과 경기 출전 외에는 무엇을 하며 보낼까?

크게 특별한 것은 없다. 김연아의 하루를 한번 따라가 보자.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한 세면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간다. 아침은 간단하게 과일, 시리얼 등을 먹는다. 보통 공식 훈련은 오전이나 오후에 있다. 오전에 훈련이 있을 경우 아침 식사 뒤 화장을 하고 바로 경기장으로 향한다. 빙판 위에 서기 전 미리 몸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1~2시간 전에 경기장으로 향한다. 공식 훈련이 끝나면 점심 식사를 한다.

경기장 근처의 한국, 일본, 중국 음식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 한 끼는 꼭 밥을 먹는 편이다. 식사를 마친 뒤 오후에는 잠을 자기도 하고, 물리치료를 받기도 한다. 보통 오후에 열리는 경기 뒤에도 김연아는 바쁘다. 경기가 끝나도 보통 1시간 정도는 경기장에 머문다. 인터뷰와 기자회견 때문이다. 호텔로 들어가도 물리치료를 꼭 받는다. 하루의 모든 일정이 끝나면 오후 10시가 넘을 때가 많다. 이때부터가 자유시간이다. 자유시간을 활용하는 장소는 물론 호텔 방안이다. 가지고 온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고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경기나 공식훈련이 없는 날에는 무엇을 할까? 공식훈련이 시작되기 하루 전이나 갈라쇼 당일이 이에 해당한다. 그때도 특별하게 하는 일은 없다. 경기가 있는 날과 마찬가지고 호텔에서 쉰다. 갈라쇼 당일에는 가끔 시내로 나가 쇼핑을 할 때도 있다.

자 이제 김연아가 그토록 외국에서 열린 많은 대회에 참가했지만 '경기장-호텔' 만 보고 귀국하는 것이 이해가 되는가? 아마 김연아는 '외국 호텔에서 심심하지 않게 100% 잘 지내기'라는 책을 내도 될 정도인지 모른다.


Q5: 정말 연예계로 진출할까?

A: 김연아는 TV와 아이스쇼에서 노래를 부른 적 있다. 노래 한 곡 불렀을 뿐인데 난리가 났다. '가수를 해도 되겠다'라는 반응부터 '곧 음반취입을 한다'는 섣부른 추측성 기사까지 나왔다.

실제로 몇몇 음반업체에서 음반을 만들자며 러브콜도 보내왔다. 김연아가 음반을 낸다면 판매량 1위는 문제없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이미 김연아의 프로그램에 쓰인 음악을 모은 음반도 불티나게 팔린 바 있다.

김연아는 2008년 12월 서울서 열린 자선 아이스 쇼에서 그룹 소녀시대 태연의 노래 '들리나요'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스포츠동아 김종원.

음반업계에서만 김연아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광고업계에서 김연아의 인기는 이미 톱스타 연예인을 넘어섰다. 김연아는 벌써 10편이 넘는 광고에 출연했다. 출연한 광고만 모아도 '김연아의 하루'가 완성될 판이다. 출연료는 톱스타급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연아가 출연한 광고는 모두 성공했다. 광고주들이 어떻게 해서든 모시고픈 모델이 된 것이다.

이쯤 되면 연예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를 두고 김연아가 피겨를 그만두면 연예계로 진출할 거라는 섣부른 예측도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정말 김연아가 먼 훗날 혹은 가까운 미래에 피겨를 그만둔 뒤 연예계에 진출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도 '알고' 싶다.

사실 김연아는 연예계 진출에 대해서는 "몇 번 노래를 부른 것 때문에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음반 취입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가수나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운동선수가 병행할 수 있는 분야는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은퇴 후에는 어떨까? 김연아는 "피겨와 관계된 일을 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했을 뿐 연예계 진출 가능성은 닫아두었다.

김연아의 연예계 진출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김연아는 피겨선수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아직 남아 있다. 또 팬들도 피겨 선수로서의 김연아를 더 보고 싶어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르게 연예계에 진출에 대한 이야기는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다.

김연아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은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징크스가 있는지,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인지, 가장 아끼는 물건은 무엇인지, 특별한 버릇은 있는지 등등. 선수로서의 관심에서부터 개인적인 관심까지 너무나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는 40일이 채 남지 않았다. 김연아는 자신의 일생일대의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지금도 빙판 위에서 열심히 땀을 쏟고 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많지만 이제 잠시 미뤄두는 것은 어떨까. 딱 두 달만 참자. 그 뒤 많은 기자들이 팬들을 대신해 얼마든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 궁금한 것이 또 생길지도 모른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애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질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김동욱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creat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O2칼럼/김현진] 스타일 인 셀럽 ⑥
왜 연아가 입으면 더 예뻐보일까? 패션계 ‘잇 걸’ 김연아의 패션 가치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