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골프계 숨은 공신들] 구현수 사장 “우드 13년 올인…틈새 성공 홀인원”

입력 2010-01-14 14: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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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수 사장은 “선입견을 버리고 직접 시타해보면 디자인, 성능, 타구감 등에서 순수 국산 토종 브랜드 데이비드골프가 어떻게 세계적인 용품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지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④ 데이비드골프 구현수 사장
데이비드골프는 대표적인 국산 골프클럽 제작 업체다.

미국과 일본의 대기업들을 모회사로 둔 글로벌 브랜드들이 국내 골프클럽 시장을 대부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비드골프는 20년째 꼿꼿하게 국산 브랜드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데이비드골프의 구현수 사장은 중상급자용 ‘유틸리티우드’와 ‘하이브리드’라는 틈새 시장 공략을 통해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


●풀세트 생산 탈피 우드 외길 성공하기까지

데이비드골프는 1990년에 설립돼 올해로 20주년이 되었다.

골프업계에서는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국내 골프시장은 국산 골프클럽 제작업체가 살아남기 힘든 척박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구현수 사장도 그 말에 동의한다. “20년 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았으면 그 기업은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회사의 규모를 생보면 성공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년 전만해도 약 15개의 국산 브랜드들이 경쟁했다. 하지만 지금 살아남은 브랜드는 엘로드와 미사일 그리고 데이비드골프 정도다.

그 중에서도 풀세트 판매를 지향하지 않고, 단품 클럽을 직접 디자인해 생산하고 저가 판매가 아니라 제 가격을 받으며 살아남은 업체는 데이비드골프가 유일하다.

장인정신이 만들어낸 분명한 성공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산이 고향인 구현수 사장은 사업 초창기 부산에서 클럽을 제작해 서울에 있는 골프 숍을 전전하며 판매망을 만들어나갔다. 당시 서울에는 골프용품 숍이라고 해봐야 다해서 20개가 되지 않았고, 어렵게 골프채를 제작해 숍을 찾아가도 골프 숍 사장이 눈길한번 주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7~8년을 고생하던 차에 1994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도태될 수도 있었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가장 힘든 순간이기도 했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우드, 아이언, 우드, 퍼트 등 전 품목을 동일한 규모로 생산했다. 하지만 IMF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현실을 냉철하게 돌아보게 됐다. 이러다가는 망하겠구나 싶었다.”

구 사장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미국 골프용품 쇼에 다녀왔고 그 곳에서 페어웨이우드로만 성공한 ‘아담스골프’라는 브랜드를 보고 무릎을 쳤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가 메이저회사와 같이 놀다가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확신과 한 가지라도 제대로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아야겠다고 결심이 생겨난 것도 그때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데이비드골프를 널리 알린 한국형 페어웨이 우드 ‘이지우드’라는 제품이다.

“큰 성공을 거뒀다. IMF로 국산 클럽에 대한 고객의 인식이 바뀌고 애국심도 생기면서 많이 팔려나갔다. 덕분에 기반을 닦을 수 있었고 우드 하나는 잘 만드는 업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틸리티우드-하이브리드 ‘또다른 승부’

이후 구 사장은 우드 시장 그 중에서도 틈새시장인 유틸리티우드와 하이브리드를 통해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판단했다. 2000년 국산으로는 최초의 유틸리티클럽 이지플러스를 론칭하면서 우드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구현수 사장은 “클럽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다. 품질에서 평가받지 못하면 마케팅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강조한다.

데이비드 골프는 2년에 한 번 신모델을 출시한다. 매년 수십개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대기업과는 달리 신제품 판매가 저조하면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절박함이 최선을 다해 품질에 매진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메이저 브랜드에 비해서 뒤쳐지는 것이 있다면 디자인 능력일 뿐 유틸리티클럽과 하이브리드만큼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한다.

“단순히 가격만 저렴하다고 해서 팔리는 것이 아니다. 메이저 브랜드와 비교해 원가는 더 들어가고 품질에는 손색이 없으면서도, 판매 가격은 절반수준이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이지만 성장이 어려운 일종의 장벽”이라는 것이 구현수 사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높은 벽을 뚫고 데이비드의 유틸리티클럽과 하이브리드는 해당 품목에서 국내 판매순위 톱3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서 디자인까지 사장 본인이 직접 총괄하며 24시간을 클럽 제작에 매달려야 하지만 그 자체를 기쁨으로 삼은 덕분이다. 구 사장은 “만약 돈만 추구했다면 일본 클럽을 수입해 판매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에이전트에서 접촉이 있었지만 국산 클럽에 미쳐있었기 때문에 수입 판매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돈이 될지는 몰라도 하기 싫었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의 클럽을 수입 판매하는 회사들이 돈은 많이 벌겠지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기쁨은 누릴 수 없을 것이다. 100% 내 땀과 노력이 들어간 제품을 고객이 가져가서 쳐보고 좋은 반응이 나올 때 얻는 기쁨은 차원이 다른 행복이다.”

자존심과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데이비드는 2월 하이브리드클럽 ‘우디아이언3’을 출시한다.

헤드 크기는 키우고 무게 중심은 낮춰 치기 쉬우면서도 런을 줄여 그린 공략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샤프트 강도를 더 낮춰 더 부드럽고 쉽게 칠 수 있도록 했는데, 지난 가을에 시제품을 통해 시타회를 가진 뒤 로우핸디캐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골퍼들에게 분명한 사랑을 받을 것리다.”

1948년생 구현수 사장은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다. “20년 전에 창업하면서 가졌던 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앞으로도 10년간은 현역에서 더 활약할 수 있다. 데이비드골프는 지금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산 브랜드로 세계와 경쟁하고 있는 그의 도전이 아름답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구현수 사장 프로필
부산 출생. 경남고등학교, 서울대 농대 졸업.
1988년 고유 모델 개발 착수.
1990년 데이비드 골프 론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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