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베이스볼] 男·女 한자 몰라 여탕갔다 개망신

입력 2010-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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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장 웃지못할 해프닝 8선

프로야구 8개 구단이 해외 스프링캠프를 위해 속속 출국하고 있다. 그러나 낯선 땅에서 40여일 넘는 기나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게 마련. 과거에 비해 선수들이 술을 멀리 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해지면서 사고(?)가 별로 없지만 얼마 전만해도 전훈 캠프는 때론 불미스런 일로, 때론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시끄러웠다. 그 가운데서 이젠 추억(?)으로 되돌릴 만한 것들을 추렸다.



김응룡 감독에게 대든 ‘용감한’ 선수들

KIA의 전신인 해태의 96년 하와이 전지훈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형 사건’이 터졌다. 이름하여 ‘하와이 항명사건’. 당시 절대권력이었던 코끼리 김응룡 감독(사진)에게 선수단이 조직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었는데 이 사건은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곤 한다. 코칭스태프가 선수 관리를 위해 한밤중 불심검문을 한 게 사건의 발단. 엘리베이터에서 선수와 코치가 몸싸움을 벌였고 무기(?)가 등장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선수들이 짐을 챙겨 호놀룰루 공항으로 향하는 ‘단체 행동’으로까지 이어졌고 김 감독이 직접 나서 ‘자율훈련 조건’을 수락한 뒤에야 가까스로 사태가 수습됐다. 당시 프런트들이 공항에서 눈물을 쏟으며 읍소, 선수들의 마음을 돌렸다는 얘기도 있다.


호세, 까만 얼굴에 불이 난 사연


한국 무대에서 수많은 뒷담화를 남기고 떠난 롯데 용병 펠릭스 호세. 그는 99년 전훈지였던 일본 가고시마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사고를 쳤는데, 뒷날 팬을 향해 방망이를 집어던졌던 걸 떠올리면 그래도 ‘애교있는 수준’이었다. 전훈 첫날, 열심히 땀을 흘리고 동료들과 사우나로 향했던 그는 온천의 여탕에 아무렇지도 않게 침입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의도적인 건 아니었고, 한자로 ‘女’자와 ‘男’자를 구별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는데 탕에 있던 여자들보다 더 놀란 호세가 그 까만 얼굴에 불이 났다는 후일담도 전해 온다.



‘심야 음주’ 정수근 하와이 법정에 서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중이던 두산 정수근(사진)은 심야 음주폭력사건에 휘말려 결국 현지 법정에 서는 불상사를 일으켰다. 휴식일 밤,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동료가 현지 한인들과 몸싸움을 벌였는데 동석했던 정수근은 결국 사건을 만들고 말았다. 긴급 출동한 현지 경찰과 옥신각신하며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공무집행 방해’와 ‘폭행 혐의’로 하와이 법정에서 450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두산은 이듬해부터 곧바로 하와이와의 인연을 끊고 일본으로 스프링캠프를 옮겼다.



수심 2.5m 첨벙… 권혁 “살려주세요!”

같은 해 똑같이 하와이에 캠프를 차렸던 삼성 젊은 선수들은 휴식일에 폭포 관광에 나섰다가 큰 변을 당할 뻔 했다. 수영을 못했던 당시 2년생 투수 권혁(사진)은 동료들의 즐거운 모습에 용감(?)하게 뛰어들었다가 위기의 순간에 빠지고 말았다. 당황한 나머지 허우적거리면서 수심이 2.5m나 되는 물속으로 가라앉고 만 것인데, 아무도 뛰어들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때 현장 취재에 동행했던 한 기자가 옷도 벗지 않고 뛰어들어 다행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한밤의 화재경보… 귀신의 장난?


1996년 LG의 괌 전지훈련. 아직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 ‘영구미제 사건’으로 불린다. 심야 비행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한 선수들이 막 잠자리에 들 무렵인 오전 3시께. 갑자기 화재경보기가 울렸고, 비상벨 소리에 놀란 선수들은 일제히 팬티 바람으로 뛰쳐 나오는 등 한바탕 난리법석이 벌어졌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어디서도 불은 나지 않았고, 긴급 출동했던 현지 소방대 역시 의아한 표정으로 ‘경보기가 잘못 울렸다’며 ‘누군가 일부러 경보기를 누른 것 같다’는 친절한 설명만 되풀이 할 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지금도 이 사건을 되돌리며 웃음을 짓고 있지는 않을지….



카지노 ‘잭팟’ 김민재의 짭짤했던 전훈

2001년 롯데의 호주 골드코스트 캠프. 휴식일이 되면 몇몇 선수들은 카지노에서 ‘죽돌이’로 지냈는데 그 중 한명이었던 김민재(현 한화 코치·사진)는 그야말로 왕대박을 터뜨렸다. 그가 함구하면서 정확한 액수가 얼마였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료들에 따르면 수천만원대에 이르렀다는 후문. 귀국길에 그 많은 현금을 어찌할까 고민했을 정도였다는데, 외화가 통관에 걸릴 것을 염려한 김민재는 비행기를 타기 전 후배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국내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다시 걷어들이는 기막힌 작전을 동원했다. 그는 전훈지에서 땀도 흘리고 외화도 벌어온 셈. 반면 다른 동료들은 대부분 카지노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카지노 후유증’에 시달린 선수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설 이벤트’ 보물 찾다가 전구에 감전


2004년 캠프에서 SK 손차훈 매니저는 설 명절을 외국에서 보내는 선수들을 위로할 겸 보물찾기 이벤트를 마련했다. 숙소와 훈련장 주변 10곳에 보물을 숨겨놓고, 찾아내는 선수들에게 상품을 주겠다고 공약한 것. 이에 선수들은 눈에 불을 켜고 보물을 찾던 중, 이대수(현 한화)는 숙소 복도에서 불이 나간 전등 1개를 발견했다. 다른 전등은 멀쩡한데 그것만 꺼져있어 ‘틀림없이 전구 속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짐작한 이대수는 그 전등을 뒤적거리다 전선에 손이 닿았는지 얼토당토 않게 감전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바로 발견돼 별 탈 없이 회복됐지만 손에 약간의 후유증이 남아서 전훈 기간 내내 애를 먹었다는 후문.


“남편은 한국전 용사”…공 맞고도 싱글

해태가 하와이 알라와이 구장에서 훈련하던 어느 해. 한 선수가 날린 연습 타구가 구장 밖 길에 지나가던 한 현지 할머니를 맞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변에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인데 피해자인 할머니는 나이가 많은데다 화가 많이 난 상태라 합의가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뒤늦게 가해자(?)가 한국 프로야구 팀이었다는 사실을 듣고 할머니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는데 남편이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던 인연 덕분이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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