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이정훈.스포츠동아DB
‘미계약자는 데려가고, 연봉조정신청자는 안 데려가고.’
의견차가 있어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는 건 똑같다. 사실상 별 차이가 없지만 구단의 시선은 다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공식적으로 연봉조정신청 절차를 받고 있는 선수에겐 ‘괘씸죄’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롯데가 연봉조정신청서를 낸 투수 이정훈을 20일 사이판으로 출발하는 1차 전지훈련 명단에서 결국 제외했다. 이대호와 김주찬, 또다른 미계약자인 두 선수는 20일 전훈 출발 명단에 ‘당연히’ 포함됐지만 이정훈에게만은 유독 강력한 잣대를 강조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17일 “이정훈과 하루 전까지 최종 협상을 시도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아 불발됐다”면서 “미계약자의 경우 훈련과 협상은 별개지만 연봉조정신청을 한 선수는 구단 입장에선 다르게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정훈이 언제 전훈 캠프에 합류하게 될 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당초 이정훈에 대해 6600만원을 불렀던 롯데는 8000만원을 주장하는 이정훈이 강경한 입장으로 “연봉조정 신청을 할 것”이란 뜻을 밝히자 기존안에서 600만원 오른 7200만원 수정안을 내놓고 연봉조정절차를 취소하길 원했다. 연봉조정절차란 것이 구단입장에선 썩 내키지 않은 일인데다, 만약 KBO 조정위가 선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그야말로 난감한 처지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이 KBO에 자료를 제출하는 16일까지도 이정훈이 “8000만원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결국 더 이상의 협상 여지를 남겨 두지 않는 대신 그를 전훈 출발 멤버에서 제외하는 압박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정훈에 대한 연봉 조정결과는 전훈 출발 다음날인 21일 나올 예정. 조정위원회는 이정훈과 구단안, 둘 중 한쪽 손을 들어주게 돼 있고 조정위원회 결과에 따라 양측은 계약을 해야만 한다. 조정 결과에 따라 사이판 현지에서 사인을 해도 별 무리가 없는 것인데 구단이 그를 명단에서 뺀 건 ‘괘씸죄 적용’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결과도 안 나왔는데 데려갈 수 없는 게 아니냐”는 답변은 궁색하다.
이정훈은 “동료들과 함께 출발하길 원했지만 구단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내 입장에선 별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로이스터 감독님께서 ‘아쉽지만 21일 결과를 보고 곧바로 넘어오라’고 하셨으니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 합류하게 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관계자의 말은 이정훈의 기대와 달리 일이 더 꼬일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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