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흥국생명은 감독무덤…가위손은 누구?

입력 2010-01-19 16:29:1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선수들 달래보지만… 도저히 해답은 없어 보인다. 19일 인천 도원시립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도로공사전에서 흥국생명 반다이라 감독대행(가운데)이 축 처진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새 사령탑의 노력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인천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어창선 감독 경질…1년새 4명 바꿔

구단, 선수기용 등 사사건건 개입

“코트밖 윗선 간섭 너무 심해” 눈총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김현도 사무국장은 재직 2년 새 벌써 4명의 감독을 모시게 됐다. 남들은 쉽게 하기 어려운 극히 드문 경험이다.

흥국생명은 19일 어창선(42) 감독이 물러나고 일본인 반다이라 마모루 코치를 감독대행에 앉혔다고 발표했다. 구단에 따르면 어 감독은 흥국생명 모기업(태광그룹) 재단 세화여중·고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겨 당분간 후진 양성에 힘을 쏟는단다. 단장도 함께 교체됐다. 이성배 단장이 떠나고 지난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끈 안병삼 전 단장이 복귀했다. 사고 난 보험영업소 소장을 바꾸듯 감독을 갈아 치우다보니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진다.

최근 1년 새 흥국생명의 벤치는 네 번이나 바뀌었다. 지난 시즌 도중 해임된 황현주 감독(현 현대건설)에 이어 팀을 맡은 이승현 감독은 70여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감독대행에 오른 어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정식 감독에 승격했지만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전임자의 뒤를 밟았다.

특히 황 감독의 경우, 흥국생명 재임시절에 두 차례나 목이 달아나는 아주 진귀한 경험을 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독재자’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빌리 마틴 감독의 목을 마구 자르던 일이 생각난다.

황 감독을 해임하며 “독선적 팀 운영”등을 이유로 내세운 흥국생명은 “어 감독이 올 시즌 부진에 부담을 느껴 “‘잠시 물러나 재충전을 하고 싶고, 팀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하고는 자진 사퇴했다”고 보도 자료에서 밝혔다. 물론 진실은 당사자만이 안다.

어 감독과 몇 차례 술자리를 했던 지인들에 따르면 성적 부진에 따른 감독의 마음고생은 상당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배구계는 흥국생명의 발표를 더 이상 100% 신뢰하지 않는다.

흥국생명의 ‘윗선 간섭’은 이미 유명한 얘기다. 배구를 너무 좋아하고 선수들을 사랑해서라는데 할 말은 없지만 정도껏 해야 욕을 먹지 않는다.

선수단에게 감독은 부모나 다름없다. 여차하면 부모가 쫓겨 나가는데 선수들이 제대로 훈련하고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잦은 감독교체로 팀이 망가진 경우를 알고 싶으면 LG 트윈스에게 물어보면 된다.

흥국생명은 스타도 많고 성적도 좋은 인기 구단이다. 하지만 배구계와 팬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선수단 사기진작을 위한 관심이 지나친 것은 참을 수 있다 해도 사사건건 선수기용까지 챙긴다는 얘기에 배구인들의 입은 잔뜩 튀어나왔다.

배구인 A씨는 “선수기용에 참견하고 전술 지시까지 하려면 그 사람이 직접 벤치로 나와서 해보라고 해라. 배구가 그렇게 만만하냐. 세화여고는 목 잘린 흥국생명 감독의 양성소냐”고 꼬집었다.

그나마 양키스는 스타인브레너가 자신을 드러내 많은 팬들로부터 독재자란 비난도 들었지만 팀은 명문으로 남았다. 흥국생명은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이 얼굴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비겁하다. 이런 팀은 절대로 명문이 될 수 없다. 그저 선수들만 불쌍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