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성난 테베스, 맨유를 찌르다

입력 2010-01-20 15: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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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한국 시간)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칼링컵 준결승 1차전.

올 시즌 두 번째로 열린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유는 긱스가 전반 16분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이후 테베스에게 연달아 2골을 내주며 1-2로 무릎을 꿇었다. 맨유의 박지성은 교체 명단에 포함됐지만 출전 명령을 받지 못했다.

분위기는 지난 번 더비보다 더 살벌했다. 선수 입장 전 경기장의 조명은 모두 꺼졌고, 관중석의 한가운데 있던 팬들이 흰 종이를 들어올렸다. 여기에 둥근 모양의 파란 조명을 쏘자 파란 달의 형태가 나타났고 맨시티의 슬로건 ‘파란 달이 떠오른다(The blue moon is rising)’ 문구가 전광판에 나타났다. 가만있을 리 없는 맨유 팬들은 맨유의 상징인 붉은 색의 불꽃을 피우며 맨시티가 준비한 세리머니를 방해했다. 한동안 어두웠던 경기장 안은 파란 달과 붉은 빛으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난 맨체스터 더비 때 올드 트래포드에서 엄청난 야유를 받은 뒤 “맨유 팬들에 실망했다. 이제 맨유 전에서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고 별렀던 테베스는 이 날 작정이라도 한 듯 두 골을 퍼부었다.

첫 골은 라파엘의 반칙으로 인한 페널티 킥. 심판의 판정에 불만이 가득했던 맨유 선수들과 맨유 팬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페널티 킥을 성공 시킨 테베스는 보란 듯이 맨유 쪽 코너로 뛰어가 세리머니를 시작한 후 맨시티 팬들이 있는 쪽으로 돌아 왔다. 심판 판정에 불만이 가득한 맨유 팬들을 향해 “심판에게 그만 투정부려라”는 조롱 섞인 손동작을 보내기도 했다.

후반 중반 테베스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맨시티 팬들은 감출 수 없는 환희에 더욱 흥분했고, 벤치에 앉아 있던 맨유 선수들과 스태프를 둘러싸며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

이에 벤치에 있던 박지성도 황당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 봤다.

인저리 타임. 2-1로 뒤지고 있는 마음 급한 맨유 선수들에게 맨시티 팬들은 관중석으로 날아간 볼을 내주지도 않았다. 퍼거슨 감독을 향해서 “더 이상 시간이 없어”를 외치며 속을 긁어 놓기도 했다.

결국 두 골을 작렬 시키며 맹활약한 테베스는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고, ‘테베스는 이제 블루(맨시티)와 함께’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췄다. 맨시티에는 꿈같은 승리, 맨유에는 악몽 같은 패배로 기록 될 맨체스터 더비였다.

맨체스터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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