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기자의 스페인리포트] 8. 허심 잡을 필승해법은 무엇인가?

입력 2010-01-24 15: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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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이 있다. 이루어내기 어려운 일이나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심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 그 일 자체를 즐기는 게 나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남아공 및 스페인에서의 전지훈련을 통해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한 생존경쟁을 한 태극전사들. 그들은 매 경기를 통해 희비가 엇갈렸다.

팀이 승리를 해도 선수들의 표정은 개인마다 다르다.

경기를 잘 한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씁쓸한 미소가 번진다. 이러다보니 평가전에서 선수들은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간혹 나온다.

22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이러한 장면이 적지 않았다. 전반전 선수들은 너무 서둘렀다.

공격포인트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는 선수도 있었다. 허정무 감독은 전반을 마친 뒤 “너무 서둘러서 플레이를 하니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다. 좀 더 여유를 갖고 경기자체를 즐기면서 상대를 제압하자”고 주문했다. 결국 이러한 주문이 먹혀들면서 대표팀은 후반 김재성의 골로 1-0으로 이겼다.

허 감독은 23일 전훈 결산 인터뷰에서 ‘왜 즐기면서 축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경기 자체를 즐기지 못하면 실수가 나왔을 경우 선수들끼리 얼굴을 찌푸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러다보면 팀워크가 실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승부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떨쳐버리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것이 오히려 선수들의 경기력에는 더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다.

혹자들은 ‘경기를 즐기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프로선수라면 경기 출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몸값에 맞는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데 어떻게 경기를 즐길 수 있나”고 반문한다.

이것은 ‘즐긴다’라는 말을 단순한 영어 표현인 ‘enjoy’로만 해석하기 때문이다. 허 감독이 말한 ‘즐기라’는 뜻은 경기를 하는 것에 대해 재미를 느끼면서 어떠한 플레이를 하더라도 스스로 흥이 나도록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2월 동아시아대회에서 또 다시 시험무대에 선다. 동아시아대회가 월드컵 출전을 위해 허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마지막 기회다.

허 감독의 말처럼 승부에 대한 부담과 월드컵 출전을 위한 욕심 대신 팀과 자신을 위해 몸을 던지고 최선을 다하면서 즐긴다면 허심도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마르베야(스페인)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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