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입김’ 세다 세!

입력 2010-02-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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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강력한 요청으로 드라마 ‘파스타’에 컴백한 설사장 역의 이성민(좌). 노출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가 시청자의 항의를 받고 다음 방송에선 모자이크를 풀어 논란이 된 KBS 2TV ‘추노’(우). [사진제공=MBC·KBS]

‘파스타’ 설사장 살리고…‘추노’ 노출 감놔라 배놔라
열혈 드라마 폐인들 실시간 의견 교환
시청자 게시판 등에 청원글 막 쏟아져
조기종영 ‘탐나도’는 완결판 DVD 출시
“설사장님 보고 싶어요. 얼른 복귀시켜 주세요.”

최근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의 시청자 게시판은 ‘설사장 복귀’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글로 시끌벅적했다. 이성민이 맡은 설사장은 드라마의 무대인 레스토랑 라페스타의 대표. 그는 얼마전 극중 뇌물 사건에 휘말려 옷을 벗으면서 드라마에서 빠졌다.

하지만 그의 캐릭터에 빠져 있던 ‘파스타’ 열성팬들은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주던 설사장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자, 게시판을 통해 조직적으로 출연 복귀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이런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복귀운동’(?) 덕분에 설사장은 1일 방송부터 레스토랑 라페스타의 대표가 아닌 막내로 다시 ‘파스타’에 등장했다.

설사장의 컴백은 몇 년 사이 드라마의 인터넷 게시판과 각종 관련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의 갤러리를 통한 시청자의 반응과 의견이 가감없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문화를 잘 보여준다.

지난 해 큰 인기를 모은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도 당초 기획에서는 주인공 오달수(오지호)와 천지애(김남주)가 이혼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혼이 임박해지자, 열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두 사람이 이혼하는 내용은 극에서 제외됐다. 대신 시청자의 바람대로 좀 더 감동적인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그런가 하면 부진한 시청률로 16부로 조기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는 색다른 소재를 택한 제작진의 과감한 시도를 높게 평가한 시청자들의 청원 덕분에 나중에 원래 기획인 21부작으로 재편집된 완결판 DVD가 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흐름이나 표현에 대한 시청자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때로는 드라마의 정상적인 흐름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얼마전 ‘선정적’이란 비판 때문에 이다해의 노출신을 모자이크 처리했다가 시청자가 반발하자, 다음날에는 다시 모자이크 처리없이 방송해 논란을 빚은 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의 해프닝도 결국 제작진이 시청자 반응에 얼마나 고심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당시 ‘추노’의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의견을 제작에 반영했는데도 상황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는데 당황스러워했고, 시청자들은 뚜렷한 연출 기준없이 흔들린다며 제작진을 질타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시청자가 드라마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감사하지만 때로는 지나친 관심이 작품의 해가 되기도 한다. 시청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다 보면 자칫 작품의 원래 의도와 멀어지거나 작품성에 손실을 입는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직격인터뷰 = ‘추노꾼’ 설화역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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