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사상 또 한번의 이변이 벌어졌다. 열세로 예상됐던 뉴올리언스 세인츠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를 31-17로 꺾고 팀 창단 이후 처음 슈퍼볼 정상에 올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깊은 시름에 잠겼던 뉴올리언스 시민들을 달래줬다.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8일(한국시간) 열린 제44회 슈퍼볼에서 세인츠의 우승은 션 페이턴(47) 감독 작전의 승리였다. 도박사들과 전문가들은 콜츠의 우승을 전망했었다. 콜츠는 역대 최고의 쿼터백으로 꼽히는 페이턴 매닝(34)을 보유한데다 수비에서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인츠가 앞서는 부문은 스페셜팀과 감독뿐이었다.
페이턴 감독은 3-10으로 뒤진 2쿼터 막판 포스다운 앤드 골(4번째 공격으로 엔드라인 통과 시도)에서 필드골을 차지 않고 러싱 공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가 실패했다. 다행히 세인츠의 수비가 매닝의 공격을 펀트로 막고 전반 종료 전 44야드짜리 필드골로 점수차를 6-10으로 좁혔다. 페이턴 감독은 그러나 후반전 킥오프에서 온사이드킥으로 콜츠의 허를 찔렀다. 온사이드킥은 10야드 안팎의 거리에서 차는 킥으로 슈퍼볼에서 4쿼터 이전에 시도하기는 이날 페이턴 감독이 처음이었다. 콜츠에게 넘겨줘야할 공격권을 빼앗은 세인츠는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쿼터백 드루 브리스(31)의 16야드짜리 터치다운 패스로 13-10으로 전세를 뒤집고 경기의 주도권을 찾아왔다.
세인츠의 온사이드킥 성공은 사실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매닝은 1쿼터에 오프닝 드라이브 필드골과 터치다운으로 10-0으로 앞서가며 통산 2번째 슈퍼볼 정상을 차지하는 듯했다. 매닝은 그러나 2쿼터부터 브리스의 정확한 패싱으로 세인츠의 공격이 길어지면서 1시간 넘게 필드에 나서지 못하고 경기 주도권을 되찾지 못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정규시즌 MVP 매닝(196cm)보다 신장에서 13cm나 열세였던 브리스는 송곳 같은 정확한 패스로 39번 시도 중 32차례를 성공시켜 288야드를 전진하고 2개의 터치다운을 이끌어내 MVP를 차지하며 엘리트 쿼터백 대열에 올라섰다. 32차례의 패스 성공은 슈퍼볼 타이기록이다.
인디애나주 퍼듀대학 출신의 브리스는 샌디에이고 차저스의 주전 쿼터백으로 뛰다가 2006년 프리에이전트(FA)로 세인츠와 6년 6000만달러에 장기계약을 했다. 당시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던 전력이 있어 세인츠로서는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브리스는 지난 4년 동안 시즌 평균 4578야드, 터치다운 30.5개로 정상급 쿼터백으로 자리매김했고, 2009시즌에는 세인츠 사상 처음으로 팀을 슈퍼볼 정상에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브리스는 뉴올리언스에서 부인과 함께 재단을 설립한 뒤 200만달러를 조성해 불우이웃과 카트리나 피해주민들을 돕는데 앞장선 모범시민이기도 하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세인츠의 승리를 점찍어 지난해 피츠버그 스틸러스 우승에 이어 2년 연속 슈퍼볼 승자를 맞히는 스포츠광다운 예상 솜씨를 자랑했다.
LA | 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