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대답없는 수혁아! 박정태 롯데 2군감독(왼쪽)이 8일 10년에 걸친 투병 끝에 결국 세상과 작별한 후배 임수혁의 빈소를 침통한 얼굴로 찾았다.
“살아 있었다면 좋은 지도자가 됐을텐데…”
유인촌 장관·유영구 총재 등 조문 줄이어
오늘 발인…하남 가족납골당에 안치키로
아들은 비록 먼저 떠났지만 아버지에게 그는 언제나 늠름하고 멋진 아들, ‘임·수·혁’이었다.유인촌 장관·유영구 총재 등 조문 줄이어
오늘 발인…하남 가족납골당에 안치키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전 롯데 포수 임수혁의 빈소가 마련된 8일 오후 서울 강동구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
애써 슬픔을 억누르며 문상객을 맞던 부친 임윤빈 씨가 조문을 마친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는 고인의 1년 선배로 대표팀과 롯데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박정태 롯데 2군 감독도 함께 했다.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는 유 총재에게 임 씨는 “총재님도 찾아주시고, 곳곳에서 이렇게 많은 조화도 보내주셔 감사하다. 수혁이는 그래도 야구인으로서 많은 사랑과 혜택을 받고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며 10년간 무의식 속 사투 끝에 하늘 나라로 떠나간 아들을 떠올렸다.
임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야구장을 찾곤 했다. 사고가 난 2000년 4월 18일, 잠실구장에서 아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스탠드에서 멍하니 쳐다봐야만 했다. “(사고가 날 때) 여섯살이던 손주 놈이 이제 어느 덧 열여섯살이 됐다”던 그는 박 감독이 “수혁이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좋은 지도자가 돼 있을 것”이라며 “선배들의 사랑은 물론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훌륭한 선수였다”고 어렵게 말을 꺼내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잡은 임 씨는 “언젠가 롯데 이상구 단장하고 통화를 했더니, 살아 있었다면 지금쯤 코치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며 “비록 짧게 살다갔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봐주시니 수혁이가 헛되이 살지는 않은 모양이다. 내 아들이라 말하기 그렇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지금도 그라운드를 지킬 수 있었으면 더 좋았으련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임 씨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유 총재는 ‘아직도 2군 경기장에는 제대로 된 응급차조차 갖춰 있지 않은 곳이 있다’는 말에 “2000년 사고 이후 야구장 응급체계가 그나마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있을 것”이라면서 “영국 프리미어리그처럼 응급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각 구단을 통해 더 안전한 야구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주변에서 조언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는 8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KBO 김인식 기술위원장과 이광환 전 히어로즈 감독 등이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롯데 2군 선수들은 구단 버스를 이용, 단체로 귀경해 조문했다.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과 KBO 조종규 심판위원장도 빈소를 찾았다. 프로야구선수협회 권시형 사무총장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장례식장을 지켰다.
고인의 발인은 9일 오전 8시 열리고 하남 가족 납골당에 안치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