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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동 롯데 2군 타격코치. [스포츠동아 DB]
프로통산 두번째 사이클링 안타 이강돈
사이클링 안타는 프로통산 13번 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노히트노런이 총10회(포스트시즌과 강우 콜드 경기 제외)이니, 빈도수로만 따지자면 노히트노런 만큼이나 희귀하다. 폭탄토크 이 번주 손님은 프로통산 2번째 사이클링 안타의 주인공, 이강돈(49·사진) 롯데 2군 타격코치다.1987년 8월26일 밤. 잠실 OB 베어스 전을 앞두고 서울 숙소에 머물던 이강돈(당시 빙그레 이글스)은 일기예보를 듣고, 방배동 카페 골목으로 향했다. “내일 비 온대. 경기 안할 것 같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 셋과 시작한 술자리. OB전을 앞둬서인지 그날따라 맥주가 더 당겼다. 친구들과의 이야기에 젖고, 술에 취하고…. 타고난 주당인 이강돈에게 맥주 한 박스쯤은 우스웠다. 8월27일, 오후3시. 예상대로 그라운드에서 타격훈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당시 OB 선발은 에이스 계형철(57·SK2군 감독). 반면, 빙그레 선발은 2년차 손문곤(45)이었다. 아직 경기감독관제도가 생기기 전. 홈팀의 입김이 경기 강행에 큰 영향을 미치던 시절이었다. OB 김성근(68·SK감독) 감독은 어떻게든 경기에 들어갈 심산이었다.
이강돈은 “그날따라 몸이 부드러운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취기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100% 술이 깬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몸살이 나면 도리어 배트에 공이 잘 맞는 것처럼, 좋은 예감이 있었다.
선발 우익수 겸 6번 타자. 이강돈의 2회 첫 타석은 좌측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이었다. 4회 2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타격감을 조율한 이강돈은 6회 2루타를 치고, 3루까지 내달리다 간발의 차이로 아웃됐다. 만약, 전 날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세이프가 됐을까?
8회 단타를 추가한 이강돈은 사이클링 안타에 퍼즐 하나만을 남겼다. 9회를 앞두고, 기록원이 다가와 “3루타만 치면 대기록”이라고 귀띔까지. 적시적소에 터진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결국 이강돈에게 타석에 설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2사1,2루에서 이강돈이 친 타구는 총알같이 2루수 키를 넘겼다. OB 우익수 김형석이 주저주저 하는 사이 이강돈은 뒤도 안돌아보고 3루까지 내달렸다. 사이클링 안타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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