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 중국에 0-3…32년만에 A매치 첫 패배

입력 2010-02-10 21:11:43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월드컵이 코앞인데” 위기감…수비 조직력·공격 전술 등 대수술 불가피
믿기지 않는 충격의 패배였다.

3골만 허용한 게 다행일 정도였다. 비에 젖은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고, 중국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녔다. 공은 우리가 더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위협적인 득점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중국의 공한증은 더 이상 없었다.

허정무 사단이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중국과의 A매치에서 패했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 중국과의 2차전에서 0-3으로 졌다. 중국을 상대로 32년간 이어온 무패(16승11무) 행진이 막을 내렸다. 한 경기에서 3골을 내준 것은 83년 11월 3-3으로 비긴 이후 26년 3개월만이다. 1승1패를 마크해 대회 2연패도 힘들어졌다.

홍콩과의 1차전에서 거둔 5-0의 대승이 독이 된 것일까.

태극전사들은 모든 면에서 중국 선수에 뒤졌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탓에 스피드가 살아나지 않았고, 패스 성공률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몸싸움에서 번번이 중국 선수들에게 밀려 넘어졌고, 투쟁심을 비롯한 정신력에서도 중국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에서는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자주 중국에 공간을 허용하며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허 감독은 홍콩전과 다른 라인업을 구성했다.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한 이근호를 이동국의 투 톱 파트너로 넣었다. 오른쪽 측면에는 홍콩전에서 맹활약한 김보경 대신 공격력이 좋은 김두현을 선택했다. 포백 수비라인은 홍콩전 후반에 선보였던 조용형, 곽태휘 중앙 수비수 조합에 좌우 풀백에 이정수, 오범석을 배치했다.

일부 선수들이 바뀐 탓인지 조직력이 무너졌고, 홍콩전에서 좋았던 약속된 플레이는 전혀 재연되지 못했다. 전반 5분 만에 허무하게 첫 골을 내줬다. 오른쪽 측면 돌파를 허용한 뒤 유 하이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이어 전반 27분에는 수비수 곽태휘가 걷어낸다는 것이 중국 공격수에게 패스하는 꼴이 되면서 가오린에게 추가골을 헌납했다.

전반을 0-2로 뒤진 한국은 후반 이승렬을 투입해 반격에 나섰지만 후반 14분 역습 상황에서 덩 주오시앙의 개인 돌파에 또 다시 실점했다.

한국은 후반 22분 김정우가 슛한 볼이 골라인을 넘어간 뒤 상대 수비수가 걷어냈지만 심판이 골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계속 골문을 두드렸지만 중국 골키퍼 양즈의 선방에 걸리는 등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한편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도 한국여자대표팀은 ‘공중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중국에 1-2로 져 1승1패가 됐다.

도쿄(일본)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