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박정권표 ‘무심타법’…3할-30홈런-100타점 쏜다

입력 2010-03-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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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성실맨…SK 박 정 권
프로 성공은 꿈도 못꿨던 애송이
입단후 도망치듯 상무로 탈출
그런데 그게 기회였어…
국제대회 150km 괴물들 상대
자심감도 쑥쑥 자라더군

작년 8월 슬럼프 겪고 또 배웠지
욕심 냈더니 바로 안맞아…
타석에선 맘 비우는 게 최고!

올핸 희섭이형 밀어내고
골든글러브 잡을래
나 SK 4번타자야!

SK 박정권은 올해 가장 주목받는 타자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지난해 25홈런,76타점을 기록하며 데뷔후 최고 성적을 올렸다. 특히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그의 타격은 최고 수준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타율0.476에 3홈런,8타점을 기록하며 MVP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393과 2홈런,9타점을 기록했다. 만약 SK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면 MVP는 박정권이 차지했을 가능성이 컸다. 올해 박정권의 목표는 3할-30홈런-100타점이다. 박정권은 “목표는 항상 높은 곳에 둬야 한다.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를 세웠다”며 준비는 끝났다고 했다. SK 4번타자 박정권은 실력으로나 성격적으로나 참 매력이 있는 선수다. 그가 몰고올 강력한 태풍이 2010년 프로야구를 또 한번 강타하지 않을까.


○마음을 비우니까 공이 맞기 시작했다

지난 여름 박정권에게 큰 위기가 있었다. 7월까지 15홈런,49타점을 기록하며 순항하던 그가 욕심을 낸 것이다. “잘 맞으니까 좀 더 페이스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치려는 마음이 앞서고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8월 한달 동안 1할대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무엇보다 타격폼이 흐트러져 어떻게 쳐야할지 난감할 정도까지 추락했다. “솔직히 여기가 나의 한계구나 했죠. 그리고 마음을 다 비웠어요. 그냥 편하게 하자고 생각했죠.” 마음의 변화가 또다른 세상으로 자신을 안내했다. “무심이라고 하나요? 타석에서 마음을 비우고 욕심없이 공에 집중하는 거요.” 9월초부터 박정권이 다시 불을 뿜었다. 15경기에서 8홈런,20타점. 월간 타율 0.354로 최고의 페이스였다. 그 느낌이 그대로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박정권은 타자로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정말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세상이 달라지더라구요.”


○상무에서의 2년,정말 고마웠던 시간


박정권은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프로야구의 성공을 감히 꿈꿔보지 못했다.프로에 입단해서도 그는 김기태(LG 2군 감독),이호준,강혁 등 하늘같은 1루수들을 보고 주눅이 들었다. 입단 1년만에 도망치듯 상무에 입대했다. 박정권은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털어놓는다. 당시 상무는 KIA 김상현을 비롯해 정상호(SK),박정권,유재웅(두산)이 포진된 2군 최강팀. 박정권은 상무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돼 2005년 월드컵에서 쿠바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고, 2006년 대륙간컵대회에 참가해 견문을 넓혔다. “2군이지만 경기 경험이 많아지고 국제대회에 나가 150km가 넘는 공들을 치다 보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숙소 옆에 있는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하루 2시간씩 몸을 만들었고 매일 1000개 스윙을 시작했다. 그 때 멤버들이 지난해 좋은 성적을 올렸다. 김상현은 MVP가 됐고 팀동료 정상호도 데뷔후 최고 성적을 올렸다. “상무가 없었으면 저는 아마 지금 야구를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타격폼 변화는 더 이상 없다

상무 2년째인 2006년. 박정권은 타격폼의 변화를 시도했다. 2004년과 2005년 2년연속 2군 수위타자가 된 그는 프로에서 1루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른발을 들고 스윙궤도를 크게 만들었다. 그러나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다. 홈런은 9개에서 11개로 단 2개가 늘었고 대신 타율이 0.369에서 2할8푼으로 9푼 가량 떨어졌다. ‘나는 크게 치려고 해서는 안되는가 보다.’ SK 김경기 타격코치는 “지금의 타격폼이 박정권의 데뷔초 타격폼과 같다”며 여러 차례 교정을 시도하다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고 표현했다. 박정권은 변화를 가장 많이 시도한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많은 타자들이 변화를 두려워 하지만 박정권은 오히려 너무 많은 변화를 시도하는 게 단점으로 지적될 정도였다. 하지만 박정권은 “당장 안좋은데 그냥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변화를 시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경험 속에서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얻은 현재의 폼을 끝까지 유지하겠다고 얘기했다. 박정권 타격은 공을 좀 더 홈플레이트 쪽으로 끌어다놓고 강한 손목힘과 빠른 배트스피드로 컨택하는 게 장점이다. 어찌보면 박정권 만이 해낼 수 있는 유일한 타격폼일 수도 있다. 완성된 타격폼과 엄청난 훈련량,그리고 자신감. 박정권의 201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올해도 정권 잡는다” 박정권은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그가 겪은 과정과 흘린 땀을 보면 예감이 아닌 확신이 된다. 지난해 KIA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홈런을 때린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박정권(위 사진). 5차전을 앞둔 타격 훈련 모습(아래 사진). 스포츠동아DB




○3할-30홈런-100타점


“SK 4번타자라면 이 정도는 해야되는 것 아닙니까?” 박정권의 올시즌 목표 3할-30홈런-100타점은 타자에게는 꿈의 기록이다. 1991년 장종훈(한화 코치)이 국내 최초로 달성했다. 우타자로는 박재홍(SK), 김동주(두산), 김상현(KIA),홍현우,마해영,심정수가 해냈고 용병은 우즈,호세,데이비스,브룸바가 이름을 올렸다. 좌타자 가운데는 무려 5차례나 3할-30홈런-100타점을 쏘아올린 이승엽(요미우리)과 양준혁,최희섭 3명 뿐이다.

박정권은 “사실 지난해 처음 풀타임을 소화한 나에게는 다소 벅찬 목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달성해보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박정권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이미 정상급 타자임을 팬들에게 증명했다. 그가 3할-30홈런-100타점을 해낼지 주목된다.


○도전!1루수 골든글러브

박정권은 수비를 잘하는 1루수다. 핸들링이 뛰어나고 송구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는 “지난해 7개의 실책을 했는데 올해는 무결점 수비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목표는 골든글러브다. 1루에는 지난해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최희섭(KIA)이 버티고 있다. “제가 지난해 터득한 게 하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승부라는 거죠.”부담없이 도전해보겠다는 박정권. 그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가득하다.


○SK는 항상 도전하는 팀


박정권은 가장 무서운 적을 방심이라고 했다. 특히 부상을 경계했다. “한순간 방심으로 주전에서 밀려나면 엄청난 훈련으로 무장된 후배들에게 뺏길 수 있는 게 SK죠.” SK는 해마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팀이다. 해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고 박정권도 그 가운데 한명이다. 한국시리즈 정상탈환을 노리는 SK타선의 중심은 이제 박정권이다. 올해 30세가 된 그는 “앞으로 5년간은 야구에 미쳐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SK의 박정권이 이제는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박정권으로 비상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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