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을 만나다] 홍성흔-박용택, 모델 뺨치는 ‘간지의 제왕’

입력 2010-03-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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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흔. 박용택. 스포츠동아DB

야구계의 패션리더
과거에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경기 후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경기장 밖을 나서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풍속도가 점점 바뀌고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제대로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 팬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프로야구 선수로서 품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트렌드가 대세다. 그래서 최근에는 옷 잘 입는 것도 프로야구 선수가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로 꼽힌다. 유니폼이 어울리는 선수와 사복이 어울리는 선수는 또 다르다. 그라운드 밖의 최고 패셔니스타는 누구일까.
톡톡튀는 홍성흔 패션 아내가 직접 코디
감각파 박용택 ‘머리∼발끝까지’ 스스로
두선수 패션감각 타격왕 경쟁만큼 치열
LG-두산 등 수도권팀서 패션리더 많아


○박용택 홍성흔, 패션에서도 타격왕 경쟁

각 구단 프런트와 선수들에게 ‘옷 잘 입는 선수’에 관해 물어보면 의견이 분분하다. 세대에 따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수의 패션을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용택(LG)과 홍성흔(롯데)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누구든 이들의 이름이 나오면 “그렇지”라면서 동의하고 만다. 지난해 치열한 타격왕 경쟁을 펼친 박용택과 홍성흔은 패셔니스타 부문에서도 좀처럼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팽팽한 선두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 선수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박용택 “선수는 경기장 밖에서도 프로가 돼야”

박용택은 시상식이나 공식행사 때 남다른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특별히 튀는 패션도 아니다. 그런데 누구나 감탄사를 토해내게 만든다. 그는 “골프도 치지 않고 다른 특별한 취미가 없어 패션쪽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선택기준은 실용성. 그는 “정장 하나도 평상시에 입을 수 있는 것을 고른다”고 귀띔했다. 그의 집에는 정장만 보관하는 드레스룸이 따로 있을 정도다.

평소 팬북 등 화보 촬영을 할 때 헤어스타일은 물론 메이크업까지 자신이 직접 챙긴다. 인터뷰를 할 때도 항상 머리를 매만진 뒤 나선다.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프로야구 선수는 팬들 앞에 나설 때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족 나들이를 할 때도 컨셉트를 맞출 정도로 철두철미하다. 아내 한진영씨도 옷을 잘 입기로 소문이 나 있지만 그는 “아내보다는 내가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아내가 옷을 입을 때 내가 봐준다. 내가 패션 센스는 더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홍성흔표 패션’은 모델 출신 아내의 힘


박용택이 스스로 패션을 챙긴다면 홍성흔은 모델 출신의 아내 김정임 씨의 내조가 큰 힘이 되고 있다. 패션계 관계자들도 깜짝 놀랄 만큼 유행을 앞서나가는 스타일.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깔끔한 정장에 여우 목도리를 왼쪽 어깨에만 걸치는 센스를 발휘한 것도 김 씨의 작품이다. 정장은 무난한 스타일이었지만 6개월 전에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해 준비하고 있던 여우 목도리로 포인트를 준 것이었다.

홍성흔은 2008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뒤 롯데와 계약을 하고 입단식을 치를 때도 패션 때문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씨는 “FA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바로 다음날 서울의 잘 아는 곳에서 양복을 맞췄다. 내가 디자인했고, 소재까지 다 지정해준 옷이다”라고 소개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홍성흔은 경기 후 집으로 갈 때도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나간다.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머리에 비니를 쓰기도 하는데 꼭 구단 공식후원사의 것을 착용할 정도로 생각이 깊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잠실 라이벌 LG 두산의 패셔니스타


패션으로 논하면 아무래도 지방 구단의 선수들보다는 수도권 구단 선수들이 더 감각적이라는 평가. 특히 그 중에서도 LG 선수들은 전통적으로 대부분 패션 리더들이다. 그래서 “LG는 선수 전원이 패셔니스타”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다른 팀에서 FA로 이적한 모 선수는 “내가 FA 대박을 터뜨린 뒤 처음으로 큰 맘 먹고 구입해본 명품 청바지를 LG 선수들은 이미 다 입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모두가 고가의 명품 브랜드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도록 패션감각을 발휘하는 선수도 많다.

최근 각광을 받는 선수는 이대형. LG 구단 관계자는 “이대형은 입단 초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모습이었는데 요즘 굉장히 발전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다 새 식구가 된 이택근도 히어로즈 시절부터 소문난 패셔니스타였다. 봉중근도 은근히 패션감각이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두산의 패션 리더는 ‘오 브라더스’가 꼽힌다. 오재원, 오현택. 오재원은 별명이 ‘오간지’일 정도로 패션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다. ‘간지’는 느낌 혹은 감각이라는 뜻의 일본어 ‘칸지(かんじ)’에서 유래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말. 특히 오현택은 비싼 옷이 아니어도 코디를 잘 해 패션센스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그밖의 패셔니스타


KIA에서는 이용규가 첫 손에 꼽힌다. 키는 작지만 정장부터 트레이닝복까지 다양한 컨셉트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렇게나 입은 듯하지만 운동화부터 트레이닝복, 바지, 티셔츠 모자까지 배색과 스타일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를 듣는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멋을 내는 것보다 자연스러움으로 오히려 더 호감을 사는 스타일이다. 롯데에서는 홍성흔 외에 박기혁이 옷맵시가 좋은 선수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이승화와 김민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히어로즈에서는 박준수가 어떤 옷이든 가장 잘 소화하는 선수로 꼽히고 있다. 깔끔한 마스크와 큰 키를 자랑하는 이숭용도 맵시 있는 스타일. 젊은 선수 중에는 황재균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김시진 감독도 현역 시절 남성복 모델을 한 전력이 있을 정도로 늘씬한 몸매를 바탕으로 옷을 잘 입기로 소문 나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추승우가 모델급 몸매를 앞세워 여성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고, SK에서는 “김재현이 LG 시절부터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어왔다”고 소개했다. 삼성에서는 누구일까? 다른 구단 관계자들은 별다른 망설임 없이 자신의 팀 최고의 패셔니스타를 꼽았지만 삼성 한 관계자는 “가장 가슴 아픈 질문이다”며 폭소부터 터뜨린 뒤“박진만이 옷을 무난하게 입기는 하지만 우리 선수 면면을 상상해보면 알지 않느냐”며 웃기만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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