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테리”를 외치는 장내 아나운서의 소리가 들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야유가 쏟아졌다. 첼시의 라이벌인 맨유의 올드 트래포드도, 아스널의 홈구장 에미리츠 스타디움도 아니었지만 관중들의 반응은 그랬다.
4일(한국시간) 잉글랜드와 이집트의 평가전이 열린 런던 뉴 웸블리 스타디움. 불륜 파문이 채 가라앉지 않은 시점에서 그라운드로 나선 잉글랜드 대표팀의 전 주장 존 테리는 평정을 찾으려 애를 썼으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현지의 타블로이드지가 폭격을 가하고 있으니 도무지 숨 돌릴 틈이 없는 상황이다. 일방적인 야유 속에 테리는 실수를 연발했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도 여럿 놓쳤다. 볼을 패스할 때는 물론, 패스를 받을 때조차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마치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원정 팀 선수처럼 테리를 취급했다.
경기 하루 전 미디어 오픈 행사에서 루니가 “여전히 테리를 믿고 있고, 우리 팀의 정신적 리더라고 생각한다”고 응원을 요청했음에도 한 번 틀어진 그들의 마음은 쉬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물론 테리의 활약 여부를 떠나 축구의 종가 잉글랜드답게 8만600여 명의 팬들이 스탠드를 메운 웸블리의 분위기만큼은 환상적이었다. 비록 매주 주말 이어지고 있는 ‘클럽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가 아닌 탓인지 축제와 같은 느낌을 줬으나 킥오프 22분 만에 상대 골잡이 모하메드 지단에 첫 골을 먼저 내줬을 때는 팬 전체가 기립해 이집트 관중석을 향해 온갖 야유와 욕설을 퍼붓는 바람에 한바탕 소요가 일 뻔 했다.
그래서일까. 결과는 예상에 어긋나지 않았다. 피터 크라우치가 후반 11분 동점골을 뽑은데 이어 후반 30분 숀 라이트 필립스의 역전골, 5분 뒤에 다시 크라우치가 쐐기 골을 터뜨려 2골 차로 마무리 했다.
이날 판매된 경기 입장권은 30파운드(약 5만1000원)와 40파운드(약 6만9000원) 짜리 두 종류였다. 홈이나 원정을 구분할 수 있도록 티켓을 구간별로 구분해 판매했지만 구역과 스탠드 층별 구분은 ‘복불복’이었다.
운이 좋으면 필드에 가까운 쪽에 자리를 확보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1층과 같은 가격을 주고 스탠드 최고 상단 꼭대기에서 보게 되는 불상사를 경험할 수도 있어 신속한 예매가 필수였다.
런던(영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