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카우팅 리포트] KIA 신형대포 이종환, 방망이+어깨+배짱…‘물건’일세

입력 2010-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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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출신…작년 신고선수 입단
타격 스테이 백 준비자세 빈틈없어
“김현수보다 잘 칠수 있다” 자신감
공 낙하지점 예측-송구능력 수준급


6일 지난해 우승팀 KIA의 4번타자, 7일에는 5번타자. 비록 시범경기지만 이틀 연속 ‘CK포’ 최희섭-김상현의 자리를 번갈아 차지한 이름은 아직 KIA 열성 팬들에게도 낮선 이종환(23)이다.

지난해 단국대를 졸업했지만 프로 구단에 지명을 받지 못해 KIA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그는 여러 면에서 두산 김현수를 닮았다. 천안북일고 시절 이종환은 타구를 맞추는 능력이 뛰어난 유망주였다.

그러나 수비와 주루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 홈런타자 이미지도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프로 지명을 못 받았다. 이후 단국대에 진학해 국가대표로 뽑혀 4번타자를 맡는 등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졸업 후 또 한번 프로의 외면을 받았다.

자질이 뛰어난 타자였지만 지명을 받지 못한 이유는 프로의 시각으로 그는 어정쩡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2006년 김현수도 이종환과 똑같은 평가를 받았다. 프로에 데뷔하기 전 김현수는 청소년국가대표, 이종환은 국가대표로 뽑힐 만큼 좋은 타자였지만 발이 느리고, 수비능력도 그저 그런 외야수였다. 둘 다 아깝지만 지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는 스타일이었다.

이종환은 지난해 2군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치며 맹활약, 정식선수가 됐다. 그리고 조범현 감독과 황병일 수석코치가 이구동성으로 “이종환이 캠프 때 정말 좋았다”고 높이 평가하는 유망주가 됐다. 이종환은 두 가지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었다.

첫째 이종환의 스테이 백 자세는 완벽한 수준이다. 공을 치기 전 준비자세는 빈틈이 없다. 공을 기다리며 타격을 시작하는 자세가 간결하고 틈이 없어 직구 또는 변화구에 따른 대처 능력만 경험으로 보완한다면 약점을 찾기 힘든 타자가 될 수 있다. 어떤 공도 배트에 일단 맞출 수 있는 콘택트 능력은 바로 안정적인 준비자세에서 찾을 수 있다.

둘째는 정신적 부분이다. 이종환은 정식선수가 된 뒤 황병일 코치에게 “김현수보다 훨씬 잘 칠 자신 있습니다. 가르쳐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프로선수로 그런 배짱은 굉장히 중요한 강점이다. 수석코치에게 신인이 프로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김현수를 뛰어넘겠다고 말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과 자신감은 앞으로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두 가지 장점을 가려온 치명적 아킬레스건인 수비도 최근 달라진 모습이다. 황병일 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펑고를 치면서 이종환이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외야수는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타구가 내는 소리와 방향을 보고 발을 떼는 스타트 능력이 중요한데 그는 이 부분에서 발군이었다. 송구능력도 기대 이상이다. 어깨도 매우 강한 편이다.

이종환은 6일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7일에는 광주구장 중앙 펜스 상단을 직접 맞추는 3루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수준급 투수들을 상대하며 하루하루 발전을 거듭하면 큰 물건이 될 수 있다.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선수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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