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속도전’ 야구, 투수들만 유리… 감독들 반응은?

입력 2010-03-0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목동에 핀 야구의 봄 2010 프로야구 시범경기의 화두는 ‘12초룰’과 ‘스트라이크존 확대’다. 개정된 규칙은 확실히 경기시간 단축에 효과가 있는 듯하지만 현장에서는 졸속행정이라는 반발과 투수쪽에 메리트가 있다는 등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은 LG와 넥센의 7일 목동 경기.

12초룰·스트라이크존 확대 감독들 반응
김성근 “여백없는 야구 빨라도 재미 없다”
김경문 “때리면 되지” 공격적플레이 주문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 시간단축 효과 한몫
좌완-슬라이더 구질 바깥쪽 공략에 유리

역시 야구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반응은 민감했고, 빨랐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스피드 업’을 위해 12초 룰(주자가 없을 때 투수는 최대 12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과 스트라이크 존 확대를 도입했다. 이 조치를 접한 현장은 시범경기 1경기(6일)만을 치른 뒤 즉각 ‘주장’을 내놓았다.


○스피드 업 vs 야구의 묘미

가장 격렬한 반론은 SK 김성근 감독에게서 나왔다. 김 감독은 “세계에서 제일 넓은 것 같다.(존 확대에 관해)”, “왜 12초 룰을 하냐? 기왕 할 거면 11초 룰을 하지?”라고 직설적 비판했다.

김 감독의 논점은 두 가지 포인트로 나뉘는데 “스트라이크 존과 같은 중대사안을 현장 의견은 외면하고, 아무렇지 않게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 하나다. 이러다 부작용이 심각해지면 또 아무렇지 않게 1년 해보고 존을 축소할 ‘즉흥적 행정’을 겨냥한 것이다.

또 하나의 비판점은 “스피드 업에 천착한 나머지 야구의 묘미를 그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감독은 ‘야구란 간격(間)의 스포츠’란 대목에 철학을 둔다. 즉, 정적인 간격 사이사이에 생각할 수 있기에 야구가 재미있는 스포츠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스피드 업은 선수들이 생각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여백을 원천적으로 박탈한다는 관점이다. 김 감독은 “빨라져도 재미가 없다”고 단정했다.

이 외에도 김 감독은 덕아웃에 노트북 등 전자기기 반입 금지, 판정 항의 규제, 투수의 로진 규제, 선수교체절차 변경 등 KBO의 룰 개정에 대해 조목조목 ‘개악’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감독자회의에 대해선 “나가 봤자 밥만 먹는 자리다. KBO는 기록도 안 한다”며 불참 의사를 거듭 밝혔다.


○수혜자는 누구인가?

어쨌든 룰은 바뀌었다. 김 감독을 제외한 타 7개 구단에서 격렬한 반론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런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삼진 먹기 전에 치면 된다. 선수들이 뭣 하러 밤새 스윙 연습을 했는가? 쳐서 돈 벌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라고 공격적 배팅을 주문했다.

또 “타자의 파워나 볼의 반발력은 좋아졌는데 투수쪽도 메리트가 있어야 된다. 몸쪽은 위험해도 바깥쪽은 넓게 잡아주는 편이 괜찮다고 본다”란 의견을 개진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 KIA 조범현 감독, 넥센 김시진 감독 등도 “시간을 들여 룰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란 태도다.

개정 룰을 둘러싼 찬반은 엇갈리지만 공통된 인식은 “투수가 유리해졌다”로 수렴된다.

특히 김성근 감독은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잘 구사하는 용병투수들, 그리고 좌투수들이 유리해졌다”고 꼭 집어 예상했다.

LG 베테랑 좌완 류택현도 “12초 룰보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가 시간단축효과가 더 있다”고 예견했다. “심판들이 애매하게 안 잡아주던 공을 잡아주면 타자들은 공격적으로 갈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판들도 같은 생각이 주류다. 타자들 역시 “초구부터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