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가 30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2사 1루 한화 최진행이 좌월 투런 홈런을 치고 홈인해 덕아웃에서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대전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선배님, 전 지금 야구장 전체가 다 하얗게 보입니다.”
27일 문학구장, 한화와 SK의 2010 시즌 개막전. 외야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한화 최진행(25)은 선배 강동우(36)에게 이렇게 털어놨다. 굳이 스스로 얘기하지 않아도, 최진행이 잔뜩 얼어있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2004년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서 맞은 개막전. 게다가 직책은 4번 타자다. 김태균(지바 롯데)이라는 이름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마음을 비우고 하던 대로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물론 아니다. 개막전 4타수 무안타 3삼진, 28일 4타수 무안타 2삼진. 숨막혔던 이틀의 결과였다.
30일 대전구장, 롯데와의 홈 개막전. 경기를 앞두고 훈련 중인 최진행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던 한대화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당분간 꾸준히 출전시킬 생각이다. 정 부담스럽다면 나중에 타순 조정이야 해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좀 더 지켜봐야하지 않나.”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그 녀석이나 나나 넘어야 할 산이니까.”
이글스 4번 타자 출신인 장종훈 타격 코치도 “충고는 무슨. 그냥 한 대 쥐어박아줬다”며 웃었다. “4번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스러운 자리다. 믿고 기다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나는 개막전이 아니라 한국시리즈 한 경기를 ‘말아먹은’ 적도 있다. 그래도 그렇게 오래 선수생활을 하지 않았나.”
기다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김태완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든 1회 2사 1루. 최진행은 롯데 선발 송승준의 2구째 몸쪽 높은 커브를 퍼올렸다. 대전구장을 반으로 쪼개는 듯한 중월 2점포. 새 4번 타자의 첫 안타가 홈팬들을 향한 개막 축포로 장식되는 순간이었다.
한 번 불타오르자 열기는 식지 않았다. 역시 3회 2사 2루. 좌익선상으로 흐르는 적시 2루타로 또다시 1점을 보탰다.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의 맹활약.
최진행은 “타이밍을 좀 더 앞에 놓고 치라는 장 코치님의 조언 덕을 봤다”면서 “첫 2연전 실수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이 편하게 하라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힘을 냈다”고 했다.
또 “홈런을 치고 나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앞으로도 팀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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