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야구 롤러코스터] “가르시아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

입력 2010-04-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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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뒷담화 이제는 말해 볼래요”
연장 12회, 5시간29분 야구하는 동안 51안타나 터졌어요. 투수들에게는 재앙, 타자들에게는 잔치. 9일 사직 한화-롯데전이 딱 그랬어요. 작년에도 비슷한 경기 있었어요. 5월 15일 목동 LG-히어로즈전. 이 경기 치르고 나서 한 팀은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올해는 과연 어디가…. 이번 주 롤러코스터는 역사적인(?) 9일 사직 한화-롯데전부터 출발해요.


김태군, 여유롭게 태그하다가 나가떨어졌어요
2분간 의식 잃었대요…아직도 생각하면 아찔 



물오른 이성열 ‘붙박이’ 달고 나가면 행복해요
그런데 알고보니 ‘소 박사’ 될뻔 했대요…하하


# 난타전, 타자들에게는 기분 좋은 수면제였어요
4회까지는 롯데가 11-3으로 앞섰어요. 근데 한화가 8회초에 14-12로 역전해요. 롯데, 8회말에 다시 14-14 만들어요. 그러자 한화, 연장 12회초에 간신히 결승점 뽑아서 이겨 버려요. 어쨌든 양 팀 선수들 다 녹초 됐어요. 기뻐하거나 아쉬워할 틈도 없이 잠들어요. 그래도 몇 명은 침대에 누워 남몰래 웃어요. 난타전 틈타 타율 관리 좀 했거든요. 한화 김태완, 하루 만에 타율 0.250에서 0.344로 뛰어올라요. 최진행과 추승우도 그래요. 0.176에서 0.268로, 0.333에서 0.414로 급상승했어요. 하지만 역시 진정한 승자는 7안타 6타점의 롯데 가르시아에요. 8일까지 타율 0.265에 4타점. 하지만 경기 후 0.390에 타점 2위. 겉으로는 ‘이런 우라질네이션!’ 했지만 속으로는 ‘할렐루야!’ 외쳤을지도 몰라요.


#덤프트럭이 달려오는 줄 알았어요
6일 사직구장 5회말 1사 1·3루. 롯데 박종윤 타구 잡은 LG 1루수 박병호, 홈으로 힘차게 송구해요. 3루주자 가르시아는 홈까지 아직 7부능선도 못 넘었어요. 아싸라비아! 포수 김태군, 여유 있게 태그하려고 미트 마중 나가요. 아뿔싸. 가르시아는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기관차예요. 쾅! 충돌하마자마 나가떨어졌어요. 김태군은 그 순간만 회상하면 아직도 정신이 아뜩해요. 그런데 주위에서는 무용담 듣고 쓰러져요. “1∼2분간 의식을 잃었어요. 깨어나니 양 팀 선수들 엉겨붙어 싸우고 있더라고요.” 그제야 이 사태가 아롱사태라는 걸 깨달았어요. 김태군은 부산고 출신, 부산 사시는 어머니가 아들 쓰러지는 모습 직관했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눈 하나 깜짝 안 해요. 학창 시절부터 아들 포수 보면서 주자와 부딪치고, 공에 맞고 쓰러지는 모습 너무 많이 봤어요. 이젠 쓰러져도 그러려니 한대요. 가르시아보다 강한 어머니에요. 김태군은 스스로 자책해요. “길을 막고 서 있었던 제가 잘못이죠 뭐.”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여요. “진짜 덤프트럭이 달려오는 줄 알았어요. 우와∼.”


#로페즈, 마음도 아픈가 봐요
KIA 외국인 에이스 로페즈가 요즘 아프대요. 로페즈는 지난해 단 한번도 “아파요”, “피곤해요”, “그만 던질래요”라는 말을 꺼낸 적이 없어요. 대신 “괜찮아요”, “더 던질래요”를 달고 다녀서 예쁨도 많이 받았어요. 어깨 아파 공 못 던지는 게 미안했는지 로페즈 괜히 수비훈련 하는데 기웃거려요.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는 면박만 들어요. 다혈질 로페즈도 어쩔 수 없이 순한 양 됐어요. 햇볕 쬐며 “빨리 날씨가 따뜻해져야 할 텐데…”라고 중얼거려요. 알고 봤더니 로페즈 아직 롱코트에 털모자 쓰고 출근해요. 이미 광주는 벚꽃도 활짝 피었지만 아침, 저녁으로 너무 춥대요. 열정의 나라 고향 도미니카 생각하면 여전히 한겨울이래요


#이성열, 벚꽃처럼 피어났어요
프로 데뷔 6년 만에 두산 이성열의 야구인생이 벚꽃처럼 만개했어요. ‘붙박이’ 명찰 달고 경기에 나가는 것만으로 행복한데 이종욱과 함께 팀 타점 1위에요. “아직 멀었다”고 손사래 치지만 예전 생각하면 요즘 살맛나요. 이성열은 두산에 몸담기 전, 야구 포기하려고 했어요. 가업인 소목장 이어받아 소 키우며 살려고 했어요. 규모도 작지 않아요. 이번에 새끼를 낳으면 무려 20마리나 된대요. 본격적인 소 공부도 했어요. 덕분에 소에 대해선 빠삭해요. 하지만 두산 김태룡 이사 한 마디 건네요. “성열아, 소 키우러 가면 절대 안 된다!” 두산 1위 행진에 한몫 톡톡히 하고 있는 이성열, 격하게 아끼는 까닭이에요. 이성열도 멋쩍게 웃으며 대답해요. “에이∼, 아직 젊잖아요. 안 풀릴 때 잠시 그랬다고요. 지금은 야구만 생각해야죠.”




#김수경이 살신성인한 진짜 이유
넥센 김수경 6일 시즌 첫 등판에서 부진하자 곧장 2군행을 자청했어요. 팀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살신성인의 마음가짐에 모두 감동했어요. 김수경의 2군행을 가장 안타까워 한 사람은 김시진 감독이었어요. 김 감독은 “내 손때가 묻은 애”라며 탄식했어요. 팀 동료들도, 구단 직원들도 마찬가지 심정을 밝혔어요.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어요. “작년에 우리 팀이 4강 못간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김수경의 부진 때문”이라고. “다른 선수들도 속으론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고. 이 직원 이렇게 덧붙였어요. “그래서 수경이가 이번에 2군행을 자청한 것 같아요. 작년처럼 1군에서 계속 부진한 모습 보이면 감독님한테 진짜 누가 될 것 같으니까.” 김수경이 2군에서 하루 빨리 컨디션 되찾아 1군 올라올 날이 기대돼요.


#이숭용이 사구에 대처하는 자세
안 맞아본 사람은 몰라요. 4일 잠실 LG전이었어요. 넥센 주장 이숭용이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 무릎 맞았어요. 우리 나이로 마흔. 후배들에게 항상 빈틈없는 캡틴. 하지만 그런 이숭용조차 울 뻔했대요. 이틀이 지났어요. 고통을 참고 겨우 지명타자로 나섰는데…. 이런 시베리안허스키. 이번에는 이숭용의 오른쪽 허벅지를 삼성 선발 크루세타의 공이 강타해요. 시속 149km였어요. 아, 아파요. 그래도 큰 형님 무게감이 있어요. 아픈 내색도 없이 1루로 향해요. 잠시 뒤 덕아웃 들어가서 ‘열나게’ 허벅지 비볐대요. 그것도 투수와의 기싸움이에요. 공에 맞아도 절대로 아픈 티 안내는 거라고 배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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