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우리 아들이 저기 올라와 어떡해, 너무 추울텐데…”

입력 2010-04-13 03: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함미, 수심 25m 연안 이동… 날씨 좋으면 오늘부터 인양 시도

“우리 아들이 탄 배가 저기 올라오네. 저 속에 갇혀 있었단 말이야? 저 추운 데에 보름 넘게….”

44명의 실종 해군 사병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안함 함미(艦尾)가 12일 오후 4시 5분 백령도 남쪽 수면 위로 잿빛 몸을 일부 드러냈다. TV를 통해 말없이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은 굵은 눈물을 흘리며 탄식했다.

천안함 함미는 거대한 크레인에서 내려온 금속 체인 두 줄에 이끌려 올라왔다. 76mm 주포, 40mm 부포, 하푼미사일 발사대, 추적레이더실이 눈에 들어왔다. 천안함 근무 장병 104명의 손때가 묻은 장치와 기관들은 이렇게 침몰 17일 만에 세상 속으로 돌아왔다.

이날 단행된 함미 이동작전은 전날까지만 해도 공지되지 않았던 일이다. 국방부는 “군과 민간 인양업체가 오늘 함미 중심부에 두 번째 체인감기에 성공했다”며 “함미를 그동안 가라앉아 있던 수심 45m 지점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4.6km 떨어진 제3의 장소로 옮겼다”고 밝혔다. 제3의 장소는 수심 25m 지점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함미 이동 이유에 대해 “조수간만의 차가 커지는 사리가 되고 오늘 밤부터 풍랑이 심해지면 이미 작업해 놓은 체인과 구조물이 꼬일 수 있고,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잠수사의 1회 작업시간이 5∼10분에서 50분 정도로 늘어나 작업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사전에 실종자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군 인양작업을 돕는 민간 크레인 선박인 ‘삼아 2200호’는 전날 함미 스크루 추진체 부분에 걸어둔 체인과 이날 중심부에 감은 체인 등 2줄로 함미를 끌어올렸다. 2척의 예인선이 크레인을 오후 6시까지 2시간 가까이 이끌었다. 국방부는 “이동 중에 시신이나 다른 물체가 빠져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함체 절단면에는 그물을 덧씌웠다”고 말했다.



함미는 수면 위 노출 4시간 40분 만인 오후 8시 40분 풍랑에 대비해 25m 바닥으로 다시 내려졌다.

국방부는 “함미는 옮겼지만, 아직은 조류가 빨라 실종자 수색은 계획하지 않고 있으며, 함미 무게(500t 추정)와 물 무게(수백 t)를 감안할 때 세 번째 체인을 감은 뒤에야 인양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상상태가 허락하면 내일(13일)이라도 필요한 작업을 마친 뒤 인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함미 이동 소식에 인양작업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종자 김선호 일병(20)의 어머니 김미영 씨(52)는 “이제는 오래 안 걸릴 것 같다”며 “잘될 거라 믿고 끝까지 힘내서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평택=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