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69시간 생존, 애초에 불가능했다”

입력 2010-04-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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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격실 환풍기, 물 차단 안되는 구형… 軍 잘못된 분석 논란
군 당국이 천안함 실종자의 생존 가능시간을 허위 보고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군은 사건 발생 직후 “실종자들이 격실의 문을 닫았다면 격실 안에 남아있는 산소로 최대 69시간 생존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천안함 격실마다 설치된 환풍기로 바닷물이 새어 들어와 69시간 생존은 애초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격실에 환풍기가 설치돼 있다는 보고를 받았느냐. 환풍기를 통해 바닷물이 격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느냐. 그러면 장병들이 물속에 잠길 텐데, 69시간을 버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총리는 “(함선) 구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국방부 장관에게 답변을 듣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취재 결과 서 의원의 주장대로 천안함 격실에는 환풍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충무공이순신함, 세종대왕함 등 최근 건조된 KDX-Ⅱ급 이상의 함정에 설치된 환풍기는 화생방 공격 등에 대비해 위험상황이 발생할 경우 방수 기능을 포함해 완전히 외부와 차단되는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천안함에는 그런 설비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69시간 생존이 가능하다는 설명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 아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천안함은 1989년 취역해 20년이 넘은 함선이다. 천안함의 환풍기는 공책만 한 크기로 격실마다 천장에 달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풍기들은 전기 스위치로 닫을 수는 있지만 방수 기능은 별도로 갖추지 않아 침수되면 물이 새어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천안함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충격 또는 폭발 직후 전원이 모두 나가 환풍기를 닫는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환풍기를 통해 물이 새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도 ‘69시간 생존 가능’을 언급했는지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온(0∼5도)을 감안하면 남아 있는 산소의 양과 관계없이 몸이 물에 잠긴 상태에서 1∼3시간 넘게 버티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의 실종자 가족 임시숙소에서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추정할 때 밀폐 가능한 침실에 머물러 있던 승조원은 21명 정도”라며 “공기 중 산소 비율은 17∼21%인데 이것이 7% 정도로 떨어지면 인명이 위험하다. 이들이 함께 호흡할 경우 최대 69시간가량 생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의 최수동 씨는 “조선업계에서 300척이 넘는 배를 만들며 ‘69시간 생존 가능설’은 처음부터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공조기를 갖춘 환풍기라면 침수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공조기가 없었다면 바로 물이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평택=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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