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는 기본 마구도 명품
완급조절 빼곤 ‘A급 투수’
9일 목동 SK전을 앞둔 넥센의 타격훈련.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공은 직구처럼 오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궤적을 유지했다. 넥센 이명수 타격코치는 “포크 볼”이라고 설명했다. 9일 SK 선발은 포크볼이 결정구인 카도쿠라.
프로에서 쓰는 피칭머신은 동네 배팅장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직구, 커브와 슬라이더는 기본. 스플리터에 심지어 ‘마구’로 불리는 너클볼까지 만들어 낸다. 몸쪽, 바깥쪽 제구력도 수준급. 대부분 수입품으로 가격은 최저 300∼400만원에서 고가제품은 1000만원 이상이다.
피칭머신은 2개 또는 3개의 휠로 구성돼 있다. 회전하는 휠들 사이에 공을 넣으면, 공이 튕겨지듯 나온다. 이 때 각 휠들의 속도차에 의해 구종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2개의 휠이 달린 피칭머신에서 위쪽 휠과 아래쪽 휠의 속도 비율을 7:3으로 유지하면 커브. 아래로 떨어지는 궤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강귀태(넥센)은 “변화구 각만 놓고 보면, 투수들이 던지는 것 보다 낫다”고 했다.
3개의 휠로 구성된 피칭머신의 구종은 더 다양하다. 좌·우 투수에 따라 달라지는 공의 궤적까지도 표현할 수 있다.
왼쪽 휠과 오른쪽 휠, 아래쪽 휠의 속도비율을 7:10:1로 입력하면 우투수의 커브, 10:7:1로 하면 좌투수가 던지는 커브다. 우투수의 슬라이더는 4:10:4. 왼쪽 휠의 회전을 줄여 커브보다 각은 더 짧고, 아래쪽 휠의 회전을 늘려 구속은 더 빠르다. 그렇다면 너클볼은? 매뉴얼에 따르면, 각 휠의 속도비가 4:4:4다. 프로선수출신인 넥센 임진수 운영팀장은 “각 휠별 회전차를 없애면 무회전에 가까운 ‘너클볼’이 탄생한다”고 했다.
피칭머신의 직구 역시 위력적이다. 매뉴얼 상 시속150km의 구속까지 가능한데 “실제 투수들이 던지는 것보다 초속과 종속의 차이가 적다”는 것이 선수들의 증언. 투수가 던지는 공은 투구폼을 보고 타격의 예비동작을 취할 수 있지만, 피칭머신의 공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느낌 때문에 더 대처하기 힘들다. 그래서 피칭머신을 사용할 때는 ‘공을 기계 안으로 넣는다’는 신호를 확실히 줘야 타자들이 리듬감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단점 때문에 아예 팔 스윙을 모사해 공을 때리는 암(Arm)머신도 있다. 사촌 격인 팝플라이 머신과 그라운드 볼 머신은 수비훈련 용.
위력적인 직구에 예리한 변화구 컨트롤까지, 만약 피칭머신을 실전에 투입한다면 얼마나 잘 던질까. 관계자들은 “아직 멀었다”고 입을 모았다. 투수로서 가장 중요한 완급조절능력은 입력 불가이기 때문. 강속구에 너클볼까지 장착했지만, 그래서 아직 기계는 기계일 뿐이다.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