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호기심 천국] 야구선수는 왜 치아가 약할까?

입력 2010-04-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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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칭 80kg, 스윙 100kg 齒[이 치]에 압력

넥센 김시진 감독은 임플란트 시술을 받고 있다. 야구인들에게 치통은 평생의 굴레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는 약 80kg, 타자가 스윙을 할 때는 약 100kg의 하중이 치아에 전달된다. 125개의 투구수로 완투한다면 10톤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셈. 그래서 일반적으로 야수보다 투수의 치아가 더 좋지 않다.

스포츠치의학회 회장을 역임한 경희대 치대 최대균 교수는 “어금니를 물어야 더 큰 근력을 낸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라고 밝혔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윗니와 아랫니의 교합상태가 양호해 치아를 안정적으로 물 수 있는 선수가 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

얼핏 파이어볼러의 치아가 더 나쁠 것 같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현역시절 제구력이 뛰어났던 롯데 양상문 투수코치의 어금니는 현재 심한 마모로 깨진 상태. 하지만 빠른 볼을 던졌던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의 치아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정 코치는 “습관의 문제도 큰 것 같다”면서 “유독 이를 더 악무는 투수들이 있다”고 했다. 야수들 역시 타구비거리와 치아상태의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

야수출신도 넥센 김성갑 코치처럼 치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다수다. 김 코치의 입속에서는 무려 6개의 치아가 ‘반짝반짝’이다. 꼭 타격의 영향만은 아니다. 일부 내야수 가운데는 불의의 사고로 치아가 망가진 경우도 있다. 넥센 홍원기 코치는 5개의 치아가 의치(義齒)다. 3루수로 활약하다 강습타구에 맞은 결과. 홍 코치는 “핫코너를 지켰다면 대개 공에 맞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5의 야수’라는 투수도 위험하다. 넥센 최상덕 코치는 선수시절 장종훈의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맞아 4개의 이가 부러졌다. 최 코치는 “공을 던지고 보니, 이미 공이 코앞에 와있더라”고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치아보호의 최선책은 마우스가드 착용이다. 치아교합이 좋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더 큰 근력을 내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최대균 교수는 “마우스가드는 치아 스트레스를 무려 70∼80%% 가량이나 줄인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일부선수들이 마우스가드를 끼기 시작했다. 현재 한화 송광민, 넥센 이보근, 송신영, 롯데 조정훈, 임경완 등이 마우스가드를 애용한다. 하지만 예민한 선수들이 낯선 이물감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야구가 잘 안 되면, 마우스가드를 다시 빼내기 일쑤.



힘쓰는 것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역도의 경우는 어떨까. 예상과 달리, 역도선수의 치아는 안전한 편. 역도대표팀 이형근 감독은 “힘을 쓸 때 입을 다무는 선수도 있고, 입을 벌리는 선수도 있다”고 했다. 역도선수들은 역기를 공중에 순간적으로 띄울 때, 숨을 살짝 들이마신 뒤 순간적으로 멈춰 복강압을 증가시키고 근육을 수축시킨다.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는 “복강압을 높이는 과정에서는 도리어 입을 살짝 벌리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역도선수들에게도 마우스가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미란(고양시청)도 한 때 마우스가드 착용을 권유받았다.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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