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가장 뜨거운 화제의 주인공은 이른바 ‘성추행 고백’의 당사자인 연기자 유인나(사진)이다. 유인나는 13일 SBS 토크쇼 ‘강심장’에 출연해 전 소속사의 유명 가수 출신 이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발언의 내용은 방송에서 17세 때 들어간 대형 소속사의 이사가 승용차로 자신을 집에 바래다 주던 도중 스킨십과 키스를 시도했다는 것. 그녀가 급히 얼굴을 돌려 입술이 뺨에 닿았는데, 문제의 이사는 이 사실을 함구하도록 강요했고, 유인나는 집에서 울면서 500번도 넘게 볼을 닦았다고 했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인터넷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는 ‘유인나’, ‘유인나 전 소속사’가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방송을 본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문제의 이사가 누구냐’, ‘연예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런 논란에는 늘 등장하는 ‘네티즌 수사대’가 성추행 파문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다양한 추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온라인이 온통 들끓는 동안 정작 과거를 방송에서 공개한 유인나나 그녀의 발언을 그대로 방송한 ‘강심장’ 제작진은 한결같이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진상의 규명 보다는 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태도를 보여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방송을 통한 발언에는 그 내용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친구끼리 하는 대화도 말을 꺼냈으면 끝까지 하는 것이 ‘소통’의 상식이자 예의다. 발언의 내용을 보면 당연히 파문이 일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일단 대중의 관심만 모은 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번 일의 최대 피해자는 방송을 본 시청자와 ‘가해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온라인에 애꿎게 이름이 거론된 사람들이 아닐까. 해답없는 궁금증만 증폭시킨 ‘막장 폭로’에 우롱당한 시청자들이야말로 500번쯤 눈과 귀를 씻고 싶을지 모른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