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 베이스볼 벤치스토리] 던질 수 있어 행복한 박명환 “100승 다음엔 다시 0부터”

입력 2010-04-2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 박명환. [스포츠동아 DB]

2007년 8월 19일 광주 LG-KIA전. 승리투수는 LG 박명환(33·사진)이었다. 프로통산 98번째 승리. 하지만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눌 때까지만 해도, 박명환은 알지 못했다. 그 다음 승리까지는 972일이 남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말했다. “자칫하면 100승도 못 해보고 은퇴할 뻔 했네요.”

사실 그 때 박명환은 아팠다. 야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첫 해. 거액을 받고 프리에이전트(FA)로 입단했으니,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참고 견디면서 퀄리티스타트 19번에 10승을 해냈다. 그리고 이듬해, 그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부상∼재활∼재기, 다시 시작되는 박명환의 전성기


1999년부터 아팠던 어깨였다. 통증이 지긋지긋했다. 유니폼을 다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싫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삼성 배영수는 박명환에게 이런 말도 했다. “형, 우리 야구인생이 암에 걸린 것 같아요.” 투수는 공을 던져야 살 수 있다. 그런데 ‘이 팔로는 못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던 수술을 감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돈만 많이 받고 드러누웠다’는 비난보다 ‘던지고 싶어도 던질 수 없다’는 현실 자체였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다. 그리고 때가 왔다. 8일 사직 롯데전. 그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재활을 도왔던 김병곤 트레이너에게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제목은 ‘40살까지 에이스로 남는 법’. 그들이 함께 버티면서 연구해왔던 비법들이 담겨 있었다. 박명환은 그날 5.2이닝 2실점으로 972일 만에 통산 99번째 승리를 따냈다. “사실 전 늘 사지에서 버텼어요. 어릴 때부터 집안도 어려웠고, 벼랑 끝에 서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덕분에 배짱을 얻었죠. 이번에도 그거 하나만 믿었어요. 하늘이 날 도와줄 거라고.” 이제 그는 ‘박명환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기사조차 행복해 한다. 24일 잠실 한화전. 박명환은 통산 100승째에 또 한번 도전한다. 그는 “100승 이후의 야구 인생은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다. 다시 ‘0’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첫 번째 계절을 힘과 패기로 버텨냈다면, 두 번째 계절은 다양한 변화구와 노련미로 무장할 생각이다. 30대 중반의 박명환이 꿈꾸는 ‘제 2의 전성기’. 그 출발은 바로 지금이다.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