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의 사투…마침내 안나푸르나 품다

입력 2010-04-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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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등반사 새로 쓰다  오은선 대장이 27일 여성 산악인으로는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작은 사진은 지난 8일 출국하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는 오은선 대장. KBS 생중계 화면 캡처

세계 등반사 새로 쓰다 오은선 대장이 27일 여성 산악인으로는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작은 사진은 지난 8일 출국하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는 오은선 대장. KBS 생중계 화면 캡처

세계 20번째…한국선 4번째 쾌거
에베레스트-K2 빼곤 무산소 등반


산악인 오은선(44·블랙야크)이 히말라야 해발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최초의 여성이 됐다. 오은선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는 27일 오후 6시16분(이하 한국시간) 북면 버트레스 루트를 통해 무산소 등반으로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 14좌 완등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금까지 14좌 등정에 성공한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19명뿐으로 오은선은 엄홍길(2000), 박영석(2001), 한왕용(2003)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4번째,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14좌 완등의 쾌거를 이뤘다.
오은선 대장의 원정대가 오른 안나프루나는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산으로,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에베레스트(8848m)보다 오히려 등정이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

3월8일 서울을 출발한 오은선 팀은 안나푸르나에 딸린 타르푸출리(5664m)에서 고소적응 훈련을 한 뒤 4월4일 안나푸르나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오 대장은 22일 베이스캠프(4200m)를 출발해 이날 오후 캠프2(5600m)에 도착했고, 25일 정상 바로 밑인 캠프4(7200m)를 떠나 1차 정상 도전에 나섰으나 초속 20m의 강풍이 불고 눈이 내리는 등 기상이 악화해 일단 캠프1로 후퇴했다.

날씨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던 오은선 팀은 26일 오전 제2차 공격을 위해 캠프2를 출발해 캠프4(7200m)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27일 오전 5시 정상을 향해 출발한 원정대는 13시간 16분의 사투 끝에 결국 안나푸르나 정복의 낭보를 전해왔다.

정상에 올라 태극기를 꽂은 오은선 대장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두 손을 모아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TV 생방송을 지켜본 전 국민과 기쁨의 순간을 함께 했다.

2000년 아시아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엄홍길 대장은 “오늘 오은선 대장이 14좌에 모두 오른 것은 세계 산악 등반사에 영원히 기록될 일”이라며 “역사적인 일일뿐만 아니라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산악연맹 이인정 회장 역시 “오 대장이 1997년 가셔브롬Ⅱ에 오른 지 13년 만에 14좌 완등의 쾌거를 이뤘다. 이는 산악인뿐 아니라 온 국민의 자랑이다. 세계도 무척 놀랄 것”이라고 기뻐했다.



오 대장의 14좌 완등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와 2번째로 높은 K2(8611m)를 제외한 12좌 등반이 모두 무산소 등반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편 세계 최초의 여성 14좌 완등을 놓고 오 대장과 경쟁해 온 에두르네 파사반(36·스페인)은 17일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으며 13좌에 올랐으나 아직까지 마지막 관문인 티베트의 시샤팡마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파사반과 일부 외국 언론은 2009년 5월 오 대장의 칸첸중가 등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오 대장이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로 공인받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 대장은 정상에서 내려와 캠프4에서 휴식을 취한 뒤 28일 오후 베이스캠프(4200m)에 도착할 예정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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