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스포츠동아 DB
일단 26명엔 포함됐지만…
12년의 기다림…그의 속이 탄다
또 다시 부상 악몽이다.
묘하게도 월드컵을 앞두고 4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이번만큼은 ‘비운의 스타’라는 꼬리표를 떼려했건만, 그 바람도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 부상 때문에 월드컵 행이 좌절된다면 그에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멍에로 남을 듯하다. 공격수 이동국(31·전북 현대).
2002한일월드컵 때 히딩크의 부름을 받지 못해 충격을 받았고, 2006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오른쪽 무릎 인대 파열로 꿈의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또 다시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에콰도르와 평가전(16일)에 선발로 나서 부지런히 뛰었던 이동국은 후반 21분 허벅지 통증으로 교체됐다. 17일 오전 일산 명지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병명은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 근육 미세 손상. 다행히 충분한 휴식과 재활을 통해 10일 정도면 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대표팀 주치의의 판단이지만, 그래도 그의 마음은 불안하다.
이동국의 부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4월24일 울산과의 K리그 경기 때 허벅지 통증을 느꼈고,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일정 등을 소화하면서 제대로 쉬지 못했다. 피로한 상태이지만 대표팀에 소집해서도 결코 쉴 수 없다. 생존 경쟁 때문에 무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동국은 17일 발표된 26명의 엔트리에는 일단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없다. 23명의 최종엔트리가 6월1일 발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심을 잡을 기회가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엔트리 발탁이 불투명해 플레이를 통해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그에겐 부상이 엄청난 악재가 됐다.
특히 일본전(24일)을 통해 확실한 인상을 심어줄 기회를 놓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코칭스태프가 그의 효용성을 높이 판단한다면 문제는 없다. 1차전 그리스전이 아니라 2차전 아르헨티나나 3차전 나이지리아전에 투입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최종엔트리 발표 때까지 이런 확신이 없다면 부상자를 데려간다는 비난을 사면서까지 데려갈 이유가 없다.
코칭스태프도 냉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한 가지는 경쟁자의 컨디션이다. 확실한 에이스 박주영과 에콰도르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승렬의 급부상은 물론이고 이근호, 안정환 등 어느 누구도 만만한 상대가 없다. 이동국의 처지가 불안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