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 기자의 칸 스토리] ‘시’에 반한 칸…왜?

입력 2010-05-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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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피터지는 잔혹한 영화 주류
올해는 인생성찰 영화가 대부분
칸성향과 일치 수상 가능성 높아


‘칸의 레드카펫에 피가 넘쳐흐른다.’

2009년 칸 영화제의 공식 일간지 할리우드리포터는 이런 제목의 기사로 당시 영화제 출품작의 경향을 표현했다.

그렇다면 2010년은?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의 잔치’라는 제목이 어울릴 것 같다. 18일 개막 7일째를 맞으며 반환점을 돈 제63회 칸 국제 영화제(이하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는 피와 폭력, 복수극이 넘쳤던 지난해와 달리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영화가 많다. 18일까지 상영된 10편의 경쟁부문 작품 중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 중인 마이크 리 감독의 ‘어나더 이어’는 영국의 교외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부부와 삶에 지친 한 여성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이다.

멕시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비우티풀’은 범죄가 만연한 사회와 그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대비시켰고, 차드의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스크리밍 맨’은 호텔 수영장에서 일하며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는 60대 전직 수영 챔피언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하비에 보브와 감독의 ‘신들과 인간들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맞선 알제리 수도사들이 믿음을 견실하게 지키는 이야기이고, 매튜 아말릭 감독의 ‘온 투어’ 역시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이탈리아인 남편과 프랑스인 아내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바람직한 부부의 모습을 관객으로 하여금 자문하게 한다.

20일 오전 2시 상영될 이창동 감독의 ‘시’ 역시 시로 자아를 찾아가는 60대 여인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작품이다. 올해 칸 영화제 경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만큼 예술지향적이다. ‘시’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칸(프랑스)|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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