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종 혼신 역투…나에게 꽂혔다”

입력 2010-05-1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 박종훈 감독이 혼신의 힘을 다한 이형종의 역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16일 잠실 롯데전에 데뷔 첫 등판한 이형종. 스포츠동아DB

LG박종훈 감독, 루키 이형종을 향한 따뜻한 시선
연패 끊던 날 모든걸 쏟아낸 투혼의 피칭
“형종이 투구보고 투수들 느낀 바 컸을 것”
항명 루키 감싸안은 포용의 리더십 훈훈


비로 전 경기가 취소된 18일 늦은 오후 경산 볼파크. 삼성 1·2군 선수들이 일찌감치 훈련을 마치고 하나둘 대구의 집으로 돌아가 적막감마저 감도는 이곳에 LG 선수들이 나타났다. 비 때문에 실외훈련이 불가능해지자 LG는 삼성의 양해를 얻어 실내훈련장이 갖춰진 경산 볼파크에 훈련가방을 풀었다.

5월 들어 고작 3승(11패)밖에 거두지 못해 어느새 꼴찌 한화에도 1.5게임차로 쫓기게 된 LG 박종훈 감독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락가락하는 빗속에서도 박 감독은 경산 볼파크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다. 성적 부진에 따라 최근까지도 팀 안팎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박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리고 그의 눈은 한 선수에게 고정됐다. 16일 잠실 롯데전에서 5이닝 5안타 2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5연패를 끊는 한편 자신의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낸 이형종(21)이었다.

박 감독은 이틀 전 이형종의 투구를 복기하며 다시 한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날 경기 직후 “승리보다 이형종이라는 투수를 얻어 기쁘다”고 했던 박 감독이다. “형종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게 마음에 들었다”고 운을 뗀 박 감독은 “지쳐서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도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쏟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형종이의 투구를 보고 우리 투수들도 느끼는 바가 컸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잘 알려진 대로 이형종은 개막 직후 미니 홈피를 통한 ‘항명’ 파동으로 박 감독에게 시련을 안긴 바 있다. 고참도 아닌 신인이 공개적으로 대든 탓에 박 감독의 리더십에는 적잖은 생채기가 났다. 그러나 이형종이 뉘우치며 사과하자 박 감독은 선발 기회를 주면서 따뜻하게 감쌌고, 16일의 호투로 보답을 받았다. 이형종에 대한 언급을 끝낸 박 감독은 이어 “지금 우리 팀은 변화의 과정에 있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래도 조금씩 서로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깨치려는 노력이 보인다”고 말했다. 16일 이형종이 마운드에서 보여준 진지한 자세와 그런 이형종의 등을 연신 토닥이는 박 감독의 포용적 리더십이야말로 지금 LG에 가장 필요한 모습일지 모른다.

경산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