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오범석 (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스페인도 자전거 타고 우승”
포지션별로 짜여진 탓에 룸메이트가 된 차두리(프라이부르크)와 오범석(울산). 허정무호의 오른쪽 풀백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그들이지만 휴식 때까지 견제할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서로 고충을 잘 알고, 또 이해하기에 누구보다 친하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27일 오전(한국시간) 모처럼 휴식을 얻은 둘은 노이슈티프트 지역의 유일한 오성급 호텔 야크트호프를 떠나 자전거 산책을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어릴 적부터 독일에서 지내온 덕분에 유창한 독어 실력을 자랑하는 차두리는 선수단 내에서도 통역사를 자처하며 일인 다역을 소화하지만 이 시간만큼은 오범석만을 위한 도우미 역할을 했다.
스페인 선수단의 친필 사인 사진첩이 걸린 노이슈티프트 캄플 구장 인근 카페의 벽면.
하루 10유로(1만6000원)짜리 자전거 두 대를 빌려서 반나절 동안 시내 곳곳과 주변 지역을 돌아다녔다.
헌데, 이들이 자전거를 빌린 대여점 직원은 한 가지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스페인이 2008유럽선수권에 앞서 이곳에 캠프를 차렸을 때, 다비드 비야와 마르코스 세나가 이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산책을 떠났던 것.
환상적인 경관 속에 시원하게 트인 길을 내달리며 신선한 공기를 흠뻑 들이마신 이들은 스페인 유로 2008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푸근한 인상의 30대 젊은 직원은 “그때도 최고 선수들이 자전거를 빌려 좋은 기운을 가져갔다. 이들도 스페인처럼 꼭 좋은 성과를 올리길 바란다”고 환하게 웃었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